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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은 공포에 떠는데 ‘공포지수(VIX)’는 왜 덤덤할까? [투자뉴스 뒤풀이]

지난해 미국 증시(S&P500)는 19%가량 하락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한 마디로 시장이 공포에 덜덜 떨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정작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는 간간이 기껏해야 30을 살짝 웃돌 뿐이었다는 것이죠. 물론 VIX가 어느 수준을 넘어야 확실히 시장이 공포에 짓눌렸다고 말할 수 있는 절대 수치는 없습니다. 다만 2008년 VIX지수가 80에 육박했던 걸 떠올리면 지난해 3월 기록한 최고 수준(36.45)은 오히려 평온해 보입니다. 이후 VIX는 S&P500이 계속 하락하는 와중에도 최고점을 새로 쓰지 못했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즉 주가가 마구 떨어질 때 VIX는 경고방송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실제 연초 증시가 하락할 때 낙관론자들은 VIX가 아직 30도 안 됐는데 무슨 하락장이냐며 걱정마라는 말을 했죠. 그 말만 믿고 안도했던 분들 계시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VIX는 또 증시와 일반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분산투자를 통한 수익률 방어 기능도 제공합니다. VIX가 예상과 달리 하락장에서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건 그런 유효한 수단을 잃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VIX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인지,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등은 지난해 4월 출고된 ‘공포도 돈이 된다…VIX지수에 대한 모든 것[투자뉴스 뒤풀이]’을 참조해 주시고요, 여기에선 대체 VIX가 왜 2022년엔 먹통이 됐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외신들을 살펴보죠. 블룸버그는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가 아주 이상한 해를 보낸 VIX의 숨겨진 단서를 찾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VIX 자체엔 이상이 없고 투자자들이 지난해엔 좀 특이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켓워치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네요.

크레디트스위스의 주식파생상품 전략담당자인 맨디 쉬는 블룸버그에 "2022년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도를 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고 현금으로 이동하면서 주식시장 레버리지가 크게 감소했다. 이미 현금을 들고 있으면 풋옵션을 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VIX가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옵션거래가 뜸해지면 변동성은 저평가되겠죠. 이미 안전한 현금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옵션으로 헤지에 나설 필요도 없고 시장이 어떻게 되든 공포에 떨 이유가 없게 된 것입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현금 보유율은 6.1%에 달해 2001년 9·11테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옵션시장에서 만기가 하루도 남지 않은 단기옵션거래가 급증하면서 VIX는 차분해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VIX는 잔여 만기 30일 옵션의 내재변동성을 측정합니다. 2018년부터 만기가 일주일인 옵션까지 VIX 산출 대상에 포함했지만 24시간 미만인 옵션은 여전히 논외입니다. 때문에 증시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만기가 아주 짧은 옵션거래로 달려가면 VIX는 이를 포착할 수가 없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처럼 만기가 짧은 0DTE(0 days to expiration)옵션이 지난해 3분기 S&P500 전체 거래량의 44%를 차지했습니다.

[로이터]

그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어떤가요? 한국에는 코스피200 옵션가격에 내재된 변동성을 측정하는 VKOSPI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해서 발표합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3000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10%가량 하락하며 미 증시와 마찬가지로 2008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VKOSPI는 어땠나요? 30선을 넘은 날이 많지 않을 정도로, 수치만 놓면 아주 차분했습니다.

물론 2021년 S&P500은 26.9%나 올랐다가 2022년 급락했고, 코스피는 같은 기간 겨우 1.2% 상승했다가 하락했으니 그 낙폭의 편차에서 오는 공포감이 달랐습니다. 이것이 VIX와 VKOSPI의 차이를 만든 첫 번째 이유입니다.

투자자 유형도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은 물론 옵션시장으로도 대거 달려갔습니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 증가는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습니다.

반면 한국 옵션시장은 여전히 외국인, 기관 중심의 전문가들의 영역입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옵션시장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3분의 2를 넘습니다. 때문에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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