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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매물 쌓이는데 헐값에도 안팔린다
기업가치 급감·투자 유치 실패
자금난에 매각 불발 주인 못찾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 모습. [성남=임세준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수합병(M&A)의향을 내비치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를 헐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CEO)

가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꿈꾸던 예비유니콘 기업들까지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떻게든 파산을 막기 위한 ‘불황형 M&A’가 본격화된 것이다. 반토막이 난 기업 가치에도 불구하고, 매각도 쉽지 않다. 투자는 급격히 위축됐고, 백기를 든 스타트업들의 매각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매각이 결국 불발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메쉬코리아는 한때 5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유망 스타트업체였다. 적자 경영에도 투자금 유치로 사업 확장을 꾀했지만, 자금난을 끝내 버티지 못했다.

LG유플러스에 매각을 추진했던 토종 OTT 왓챠도 매각이 불발되며, 안갯속에 빠졌다. 왓챠는 한때 기업공개(IPO)까지 추진했다. 당시 시장은 왓챠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 수준까지 내다봤으나, 현재는 1000억원 이하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치 및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샌드박스네트워크도 최근 구조조정 및 일부 사업 매각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스타 유튜버가 대거 속한 국내 대표 멀티채널네트워크(MCN)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체들 가운데는 매각에 실패, 그냥 문을 닫는 곳도 수두룩하다. 스타트업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 적자 등 경영난을 감수하며 덩치를 키워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유치가 핵심인데,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들도 많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치가 안 돼 매각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헐값에 내놔도 매각조차 안 되는 건 더 큰 난관”이라며 “탈출구가 없는 느낌이다. 올해는 더 심각할 것 같아 연초부터 다들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실제 스타트업 투자정보 기업 더브이씨의 ‘데이터로 보는 2022년 스타트업 투자 총결산’에 따르면, 작년 11월과 12월 스타트업 투자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5%, 4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브이씨는 “투자 시장 위축이 본격화된 하반기엔 투자금액 감소폭이 최대 60~70%에 이른다. 투자 건수보다 투자 금액은 더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스타트업 매각 추진이 더욱 쇄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금난에 직원들 월급을 다 주지 못해 갈등을 빚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좋았던 지난해초만 해도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유망한 기업에는 투자금이 넘쳐났지만, 이제는 수익을 내는 기업들만이 살아남는 상황이 됐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올해 매각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은 유망한 기업들에 조차도 인수·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VC들도 많아, 투자심사 기준도 매우 엄격해 졌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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