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홍수, 데이터센터 화재, 대형 인명 사고로 인한 아픔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아픔이 큰 만큼 재난안전 대응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5년 전 보다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은 2년 전에 비해 6.5%포인트 감소한 32.3%로 나타났다. 안전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임을 보여준다.
재난안전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AI, 디지털트윈, 5G, 사이버보안, 빅데이터, 지능형 CCTV, 3차원 정밀 측위 등 디지털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기술이 위험지역 모니터링, 위험 예측 및 대응 지원, 위험관리 원격화 등의 재난안전 서비스에 활용되면서 재난안전 대응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통정보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활용하면 특정 지역의 군중 밀집도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군중의 이상 움직임을 파악하고 위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기술은 건물화재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화재 현장에 사람 대신 드론이나 로봇을 먼저 투입하면 건물 붕괴로 인한 인명 사고를 예방하며, 3차원 정밀 측위기술로 건물 내 생존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빠르게 인명을 구조할 수도 있다.
디지털기술은 사고를 예방하며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 기반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효과적인 활용과 이를 통한 국가 재난안전대응 체계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재난안전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2022년 국민안전 분야 정부 R&D예산은 1.7조원 규모다. 전체 R&D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에 투입되는 예산이 많지 않다. 디지털 분야로 한정하면 1000억원에 못 미친다. 디지털기술이 재난안전 대응에 효과적이므로 관련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투자 우선순위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 재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원천기술 또는 국민 수요가 높은 현장맞춤형 기술 개발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최근 재난·재해는 복잡화·대형화되고 있으므로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 부처 간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실시간 정보 공유와 의견수렴으로 신속한 지휘통제를 가능케 하는 디지털 기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5G 이동통신이 현장 상황을 전달하고, 수집된 빅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한다. 로봇과 드론이 정찰과 복구를 담당하고, AI가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디지털기술은 재난안전관리 전 주기 대응역량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법·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기술의 적용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인 사생활 침해 등 기술 오·남용 우려가 존재하기에 무분별한 정보이용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실효성 논란이 없도록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기 전 면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의 궁극적인 이유는 인간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디지털기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때 그 가치가 더 빛날 것이다. 올 한 해 디지털기술의 활약으로 사각지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의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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