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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올해 M&A 키워드는 ‘현금창출력’

“꿈과 희망에 베팅하던 시대는 끝났다.”

아무리 적자가 나는 기업이라도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BBIG) 섹터에만 걸려 있다면 수천억원, 아니 수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던 때도 있었다. 오랜 기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유동성 파티’가 열린 영향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4차산업혁명까지 가속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만년 적자던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2015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받은 데 이어 2018년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추가로 유치했다. 2차로 투자를 받을 당시 누적 영업적자가 2조원에 이르렀으나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비전에 투자자의 지갑이 열렸다.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도 화려하게 데뷔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886억달러(약 107조원)를 훌쩍 넘겼다. 물론 이때도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지만 국내 상장사 중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총을 자랑하게 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비판을 받던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

현재는 어떨까. 지난해 3분기 쿠팡은 상장 후 처음이자,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쿠팡의 시총은 260억달러(약 32조원)로, 상장 초 대비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2022년 고금리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며 주식시장도 짓눌리자 부풀려졌던 플랫폼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엄격한 기준으로 재평가된 탓이다. 2021년과 2022년의 가장 큰 차이는 유동성으로 보인다. 시장에 돈이 풍부하게 공급될 때에는 당장 오늘 얼마를 버는지보다 내일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출자자(LP)들이 금고를 단단히 걸어잠그자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기준이 완전히 바뀌는 모습이다. 잠재력만으로 이 험난한 환경을 버틸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자금경색 한파를 견딜 수 있는 건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한 캐시플로(현금창출력)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시장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줄을 서던 BBIG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지분투자 유치, 기업공개(IPO), M&A 등도 크게 줄었다. 밸류에이션 거품이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눈높이 격차가 큰 탓이다. BBIG기업들은 돈줄이 마르며 투자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으며 BBIG에 투자한 이들 또한 투자금 회수방안이 묘연한 상황이다.

반면 BBIG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당시 잠시 소외되던 전통 기업들이 다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고 있다. 매출성장세는 높지 않지만 꾸준히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들이 주인공이다. 기업가치 향상(밸류업)을 위한 신사업은 불투명해도 수익을 내며 차곡차곡 현금을 쌓는 점이 올해는 더욱 중요해졌다.

연일 M&A 무산 소식만 가득했던 지난해 분기마다 수익을 내는 기업은 클로징까지 딜을 완주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저조할 것이란 M&A시장에 그래도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있면 바로 현금창출력일 것이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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