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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생에너지 주도권 잡아라…글로벌 경쟁 심화[에너지 新냉전]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벨기에 나무르 지역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과거 화석연료 시대를 뒤로하고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곧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신재생에너지는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전세계가 신재생에너지 확보 혈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유럽이다. 유럽은 천연가스 소비의 90%를 수입에 의존해 왔으며 이 가운데 45%가 러시아산이었다. 원유와 석탄의 러시아 의존도도 25%, 45%에 달한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없다면 유럽연합(EU)은 2023년 약 27bcm(1bcm=10억㎡)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1년 사용량의 6.6%에 달하는 양이다.

유럽은 추가로 천연가스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가스 수요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5월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입법 예고 형태의 ‘REPower EU’ 계획안을 발표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 목표를 종전 40%에서 45%로 높였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통과시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4370억 달러를 정부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등의 형태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 청정연료 사용 자동차 산업 지원 등에 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친환경 산업 관련 역량을 높이는 등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성장 촉진에 관한 시행 방안’을 통해 2030년 태양광, 풍력 발전 누적 설치규모 1200기가와트(GW)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60년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중동 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나친 석유 의존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다각화의 한 전략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이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국가재생에너지프로그램(NREP)를 수립, 2030년까지 총 48개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네옴시티’ 건설 계획의 핵심인 자급자족형 도시 ‘더 라인’은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등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2050년까지 청정에너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며 카타르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태양보다 뜨거운 태양광 경쟁
스페인 라마요르에 들어선 태양광 패널들 [AFP]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보 노력이 이어지면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태양광이다. IE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17%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은 에너지 독립 수단으로 태양광 발전을 점찍고, 신규 및 공공 건물 등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설치 의무 대상은 2026년부터는 연면적 250㎡이상 신규 공공·상업용 건물이며 2027년부터는 연면적 250㎡이상 모든 공공·상업용 건물로 확대된다. 2029년에는 신규 주거용 건물도 태양광 패널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IRA 통과로 태양광 설치가 24%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산 원재료 사용이 필수란 점에서 현재 5GW도 채 되지 않는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대규모 증설이 뒤따라야 한다. 미국은 지난 2월 중국산 수입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를 연장하는 등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를 자국이 주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 [로이터]

무엇보다 중국과 커지는 갈등은 태양광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3년 태양광 발전 모듈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이 전세계적으로 500기가와트로 증대돼 수요 전망치(319GW)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생산의 90%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25%가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은 비(非)중국산 폴리실리콘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필수 원자재 찾아 달까지

신재생에너지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망간 등 희소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한층 치열하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인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리튬은 갈수록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리튬은 2차전지 양극재 원료로, 올해에만 가격이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중국은 이미 일찌감치 칠레, 짐바브웨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리튬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또 코발트 생산의 70% 가량을 담당하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해 생산과 가공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견제도 심해져 급기야 지난 11월엔 캐나다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리튬 사업에 투자한 중국 기업 3곳에 투자 철회 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리튬, 코발트 매장량 2위 국가인 호주와 관계를 공고히하고 있다. 또 자체 광산 개발에도 적극이다. 호주 기업 사우스32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광산 개발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총 5500만t의 망간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달 탐사 무인캡슐 오리온이 달이 다가가는 모습 [사진=NASA]

경쟁은 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원 탐사 및 채굴이다. '우주굴기'를 내건 중국은 2019년 창어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킨데 이어 2030년 내외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달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자원은 헬륨3로, 단 1g의 핵융합만으로 석탄 40t에 달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지구에는 거의 없지만 달에는 110만t이상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우주 곳곳에서 날아온 운석과 소행성이 그대로 쌓여 있는 덕분에 네오디뮴, 세륨 등 지구에서는 귀하디 귀한 희토류들도 풍부한 것으로 관측된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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