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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억개 일자리 소멸 위기...“체계적·신속한 전환이 해법”
한국딜로이트그룹 ‘탄소중립 시대’ 보고서
농업·전통 에너지·중공업 등 대표적 산업
기후위기로 성장 둔화...178조달러 손실
탄소중립 달성해야 3억개 일자리 창출

전 세계 노동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8억개의 일자리가 기후위기로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창의적인 근로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고, 근로자의 재훈련 등을 통해 산업과 인력이 탈탄소화에 적응하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다.

30일 한국딜로이트그룹이 발간한 ‘탄소중립 시대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8억개가량의 일자리가 극단적인 기후 현상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아시아·태평양과 아프리카 지역의 근로자가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경제 구조 전환으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봤다. 조사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이들 지역 근로자의 40% 이상이 기후 변화에 민감한 산업군에서 일하고 있다. 농업과 전통에너지, 중공업, 제조업, 수송업, 건설업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해수면 상승으로 토지가 물에 잠길 경우, 또 폭염으로 근로자 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농작물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로 관광산업의 피해도 예상된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과 중공업·제조업 등은 탈탄소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업(業)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기후위기는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의 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보고서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3도 상승하는 것과 같은 억제되지 않은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경우 2070년까지 세계 경제 손실액이 178조달러(약 22경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은 허리케인 아이다로 750억달러, 서부 산불로 100억달러, 가뭄으로 89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독일과 중국도 홍수로 각각 400억달러, 17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보고서는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제의 축’을 바꾼다면 30년 이내에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경제 구조를 전환하고, 자본 배분과 청정 기술 확산 등 신속한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과제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억개 이상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억8000만개, 아프리카에서 7500만개, 유럽대륙 2100만개, 미주대륙 26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전망됐다.

특히 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은 현재의 인력 풀을 바꾸고, 미래 일자리를 재구성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단적인 예가 ‘그린컬러’다. 그린컬러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친환경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사무직과 현장직을 아우른다.

산업 변화에 따른 일자리 대책을 세우는 것도 필수적이다. 자동차 본고장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최근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생산공정 전환 및 근로 인력 구성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독일 전체 근로자의 약 10%에 달하는 50만명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 및 차량 자동화에 따른 필수 인력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독일에서는 자동차 산업 근로자들의 일자리 유지를 목표로 관련 지역 기관들이 조기에 설립됐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e-Mobil BW’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교육도 부가적인 요소다. 기후 변화의 위기에 많이 노출된 필리핀은 지난 10년간 녹색 산업화를 위해 광범위한 국가 정책을 개발했다. 필리핀 노동고용부는 농림·어업, 제조, 운송, 관광, 폐기물 관리, 에너지, 건설 분야의 청정 일자리 창출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런 전환 과정에서 필리핀은 새롭게 생성하거나 대체·전환하는 일자리를 파악하고, 교육을 강화했다. 기존 직능 자격에 특정 청정기술 역량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건설 부문에는 태양열 발전 시스템을, 농업 부문에는 통합 해충 관리에 대한 설계 교육을 추가했다.

백인규 한국딜로이트그룹 ESG센터장은 “탄소중립 시대로의 경제 전환에 성공하려면 기존 일자리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고, 일자리의 입체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며 “정부는 경제구조 전환 과정에서 불거질 일자리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동시에 그린컬러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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