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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들 지옥맛인데… '나의 실수'라며 내놓은 증권사 보고서
"미국 긴축 강도·장기화 예상 못했다"
2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 지수를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05포인트(1.93%) 내린 2236.4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5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10월 26일(2249.56)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22년 증시는 29일 끝내 파란불로 폐장했다. 코스피는 2236.4로 마감해 지난해 마지막장의 2977.65 대비 25%가 빠졌고, 코스닥은 679.29로 지난해 종가 1033.98 대비 34%나 하락했다. 올해 코스피가 최대 3600까지 오를거라 했던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은 야속하게 빗나갔다. 이 가운데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이 이렇게 강하게 장기간 이어질 줄 몰랐다며 반성 보고서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9일 소속 애널리스트들과 '2022년 나의 실수'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신영증권 역시 올해 코스피가 최고 3300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올해 (증시 전망에서) 결정적인 오판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가 시작되기 직전인 작년 12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며 "당시 점도표 상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0.75∼1.0%로 나타났고 금리 인상은 올해 6월 처음 단행해 연말까지 세 번, 0.25%포인트(p)씩 이뤄질 것이라는 게 당시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였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기껏해야 1.5~1.75%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일곱 차례 FOMC에서 모두 금리를 올렸고, 3월 0.25%p 인상을 시작으로, 빅 스텝(0.50%p 인상)은 두 번,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은 네 번이나 단행했다.

김 센터장은 "연준의 행보 자체가 서프라이즈였다는 평가도 할 수 있겠지만 세 가지 점에서 아쉬운 판단을 했다"고 자책했다.

그는 "첫째, 연준이 뒤늦게 공격적 긴축으로 선회했지만, 이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초 6.8%로 치솟았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자기 강화적 속성을 고려하면 연준의 가이던스보다 물가가 훨씬 높게 치솟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고 되짚었다.

그는 "둘째는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또 "셋째는 금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과잉 부채를 경험하게 된 만큼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이 부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처방이라는 생각했다"고 판단 실수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까지도 한쪽으로 경도되면 관성과 가속도로 표현되는 자기 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2022년에 실감했다"며 "변곡점을 맞추려 하는 것보다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투자는 좋은 선택을 해야 이기는 게임이지만, 열 번 나와서 세 번만 안타를 쳐도 위대한 타자로 살아갈 수 있는 야구선수처럼 확률을 높여야 승리하는 속성이 있다"며 "실수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성공 확률을 높이면 훌륭한 투자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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