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재고 최고 수준…파운드리도 내년 수익성↓
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국내 반도체 생산 수준과 가동률이 최근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며 ‘K-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재고 급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한파’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시장의 축소 가능성마저 불거지며, 수출 효자 업종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이 직전 달보다 11% 급감했다. 지난 8월 12.8% 감소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치다. 반도체 가동률도 12%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10월과 11월에 각각 1년 전보다 17.4%, 29.8% 가량 줄었다.
이는 전체 산업 생산의 흐름과 상반되는 추세라 주목된다. 11월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3(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1% 증가했다. 전 산업생산은 7월(-0.2%), 8월(-0.1%), 9월(-0.4%), 10월(-1.7%) 넉 달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오히려 11월에 소폭 증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봉쇄조치 여파로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생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재고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외신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의 분석 등에 따르면 통상 일 단위로 측정하는 반도체 재고 수준이 10여년 만에 최고치로, 반도체 업계와 그 공급망의 평균치를 약 40일치 가량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자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현재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1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 5월보다 각각 34%, 14%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주목받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의 내년 역성장 가능성도 우려를 낳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내년 1분기에 직전보다 15% 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TSMC 역시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내년 1분기에 수주 둔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하며 회사의 자본 지출 감소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TSMC가 파운드리 수주 가격을 올해 수차례 올린 것도 이같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만의 파워칩반도체제조공사(PSMC)와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GF) 같은 기업들의 내년 매출도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파운드리 매출 감소 흐름이 업계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사상 최고 호황세를 보인 삼성전자·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 역시 올해보다 3.6%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년 대비 역성장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 사업까지 반도체 업황 전반의 악화가 예상된다”며 “전반적인 반도체 수출 등의 악화로 인한 수출 규모 축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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