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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에 파산밖엔 답 없어”...‘혹한기’ 내몰린 자영업자들
자영업자 대출 최초 1000조 돌파
124만명이상 한계 몰렸단 분석도
소비전망 하락...추가대출도 막막
정부 정책은 ‘실효성’ 논란 지속

#. 서울 마포구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한 A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지속된 적자로 운영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미 올 초 고용했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터라 고정지출을 줄일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코로나를 거치며 받아온 1억원 상당의 대출 상환이 내년에 시작된다”며 “결국 이자 상환도 힘들 것 같아, 장사를 접고 취직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 대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창업을 후회하고 있다. 2년 전 퇴직금을 바탕으로 가게를 열었지만, 적자가 나지 않은 달은 드물다. 최근에는 이자 부담에 허덕인 끝에 전세금을 빼 1억원 가량의 빚을 갚기도 했다. B씨는 “코로나가 회복되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대출을 받았지만, 지금은 일찍 가게를 접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이제는 파산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빚으로 버텨냈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 경기 둔화와 함께 보복소비 효과마저 사라지면, 그야말로 ‘자영업 혹한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내년 전망은 이미 경제 성장 하락과 소비 둔화를 예고했다. 정부의 ‘2023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성장률은 1.6%로 잠재성장률(2.0%)보다 낮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금리상승에 따른 소득 및 자산여건 악화로 올 4.6%에서 내년 2.5%로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4면

▶자영업자 대출 ‘1000조’ 시대...대출금리 1%p만 올라도 이자부담 7.4조 증가=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14조2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빚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고꾸라지면서 급증했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분기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684조9000억원으로, 팬데믹 3년간 300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매출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된 금리 인상 흐름이다. 한은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대출금리 1%포인트(p)만 올라도 자영업자 이자부담이 7조4000억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대출금리 인상폭이 1.5%포인트에 달하면 자영업자 이자부담은 11조1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 더 커졌다.

이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으로 환산하면, 대출금리 상승폭이 1%p일 때는 238만원, 1.5%일 땐 357만원이 늘었다.

한은은 최근 금안보고서(2022년 12월)를 통해 “아직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이나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금융 지원정책 효과가 점차 소멸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도 매출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라 소비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의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0으로 지난 1월(104.4)에 비해 약 17포인트 감소했다. CCSI는 7월 86까지 떨어진 이후 9월(91.4)까지 반등했지만, 최근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아 필요 자금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대출금리가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차입 상황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반면, 비교적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28.7%가량 늘었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금리 조건은 악화됐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도 ‘딜레마’ 직면...“정책 수위 조절이 관건”= 정부에서는 꾸준히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3년간 지속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정책금융의 조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적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의 목표 금액(8조5000억원) 대비 대출 실행액은 2.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 탕감’ 논란과 함께 나온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도 마찬가지다.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 조정액은 지난달말 기준 1조7489억원으로 목표액(30조원)의 5.8%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조건을 완화하기도 어렵다. 부실 위험이 우려되는 탓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분기 기준 0.19%로 낮은 수준이지만, 정책에 의한 통계 착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총 다섯 차례 연장한 바 있다. 한은은 내년 말 정부의 금융지원 효과가 사라질 경우, 총 39조원의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여기에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역대 6번째로 낮은 1.6%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며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중 경기가 회복돼 부채 상환 능력이 회복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전망대로라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부채를 탕감해줄 수도, 무작정 부채를 보증해줄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자영업자 채무의 부실 정도를 파악해 지원 정책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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