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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단추 노동개혁 '노조 때리기'로 가나..."노동개혁, 반노조 아니다"
[해넘기는 개혁과제] 노동개혁에 '노조 회계투명성' 포함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앞두고 尹 "노조 3대 부패" 정조준
'대결구도' 치닫는 '노정관계'...노동계 "부패 프레임 덧씌워"
김태기 중노위원장 "노동개혁은 반노조 아냐"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24일 파업 2일 차를 맞이하여 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출정식을 진행하고, 서울시청 앞 결의대회, 의료연대본부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주 69시간’을 골자로 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변경과 임금체계 개편에 더해 노동조합의 회계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동조합 부패척결’을 노동개혁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계는 윤 정부의 노동개혁이 ‘반(反) 노동정책’을 노골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할 노동계를 ‘적폐’로 몰아세우면서 2023년 노정관계는 최악의 갈등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노동개혁이 반노조로 가면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대통령실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올해 마지막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던 발언에 이어 또 한번 노조를 몰아세웠다. 대통령 스스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했던 것처럼 여론도 이런 ‘대결구도’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존 노동개혁 과제에 덧붙인 노조 회계 투명성 이슈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지난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간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여당에선 노조 회계에 대한 감사 규정을 강화한 ‘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은 “1년 예산이 1000억원을 넘는다는 주장은 무지에서 오는 거짓 선동”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들의 연간 예산은 200억원가량이다. 전액 조합원의 가맹비로 충당한다. 이 중 인건비와 유지비 등 명목으로 107억원, 지역본부 등에 보내는 교부금으로 47억원, 쟁의사업비로 10억원, 정책사업비로 2억6000만원을 지출한다. 또, 회계 관련 회계감사 선임과 감사 기간 및 보고 등 규정에 따라 연 2회 집중 감사를 하고 모든 예·결산 자료는 대의원대회에 보고해 심의·의결한다. 조합원은 언제든 회계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게 민주노총 측 주장이다.

노조 회계 투명성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노조에 지원하는 보조금이나 각종 노동교육 관련 위탁사업비 집행 역시 그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본부는 현재 입주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내는 보증금 30억여원을 국고 지원받는 것이 전부다. 올해 기준 138억원의 예산을 쓴 한국노총은 국고에서 26억3000만원, 서울시와 공공기관에서 47억원을 지원받지만, 모두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쳐 정부에 상세내역을 보고한다.

이러다보니 노동계에선 정부가 노조에 ‘부패 프레임’을 덧씌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프레임’은 현재까진 노-정 대결구도 상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노동조합 부패 척결’ 발언에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공감’은 49%, ‘비공감’은 48%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개혁은 사회적인 갈등을 키울 뿐, 개혁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합비 사용내역에 대한 발언권은 조합원한테 있는 것으로, 정부가 여기에 개입하겠다는 건 노조 자치주의에 위반한다”며 “정부가 노조를 때려잡으면 지지율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노동개혁이 반(反)노조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장은 지난 21일 “노동개혁이 노조 때리기로 가면 곤란하다”며 “국민이 모두 지쳐 있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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