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높아…4분기 실적개선 총력
인천공항.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는 저비용항공사(LCC)가 중거리 이상 긴 노선을 늘리고 있다. 일본 노선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달한 데다 중국행 하늘길이 상당수 막힌 상황에서 다각도의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이날부터 인천-시드니 항공편 노선의 주 4회 운행을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도입한 347석 규모의 대형 항공기 A330-300 기종을 해당 노선에 투입한다. 호주 노선을 신설한 LCC는 티웨이항공이 처음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오늘(23일) 출발하는 항공편은 일찍 매진됐다”면서 “최근 취항한 싱가포르 노선도 항공 수요가 늘면서 승객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는 최근 중장거리 노선을 늘리고 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동남아행 항공편에 최근 싱가포르 노선까지 추가했다. 현재 운행 중인 인천발 동남아 항공편은 싱가포르, 태국 방콕·치앙마이, 베트남 호찌민·다낭, 필리핀 세부, 보라카이(칼리보) 노선 등이다.
진에어도 앞서 주 4회씩 운항하던 인천-치앙마이, 인천-나트랑 노선을 지난 21일부터 주 7회씩 증편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인천-나트랑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또 인천-비엔티안, 인천-치앙마이 노선의 운항을 주 4회 일정으로 재개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제공] |
동남아행 LCC 시장은 주로 비엣젯과 에어아시아 등 현지 항공사들이 독식했다. 4시간이 넘는 운항거리가 LCC 입장에선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일본·중국행 항공권보다 ‘운행 리스크’로 작용했다. 여기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일본 중소도시 취항을 선호하는 영향도 컸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 여행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LCC 업체가 부채 해결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동남아 노선이 다시 수익으로 직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적기 중심으로 취항이 이뤄졌던 호주 노선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취항사가 많은 오사카나 도쿄, 후쿠오카와 같은 도시는 새롭게 취항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간에 들어가야 한다”며 “차라리 중거리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항공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더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일본 지역 도시들이 국내 항공사를 찾아와 직항편 유치를 직접 영업하기도 했다. 관광 수입을 통해 지역의 세수를 늘리고 지역민의 항공 편의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런 영업이 뜸해졌다.
인천공항. [연합] |
현재 LCC 업계는 추가적인 수익이 절실하다. 오는 12월, 연말 실적 정산 마감을 앞두고 더 마음이 급하다. 지난 3분기 부진했던 실적 만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의 LCC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2956.6%에 달했다.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2226.9%를 기록했다. 비교적 이용률이 높은 제주항공조차 1872.3%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진에어만 10월 두 차례에 걸친 총 62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국내 항공 사업법에 따르면 항공사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1년 이상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한 상태에 머무르면 국토교통부가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진에어가 영구채를 발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올해 4분기 기준 에어부산이 완전 자본잠식, 티웨이항공이 50% 이상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 개선을 위한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LCC 관계자는 “실적이 나쁘면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향후 투자를 받는 데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연말까지 항공편을 부지런히 편성해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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