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CI·독일 바커·미국 헴록 등 경쟁자에 기회 가능성”
OCI의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 건물 전경. [OCI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시장을 놓고 ‘비중국계’ 기업들의 반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폴리실리콘 시장은 중국이 97% 가량을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의 강력한 규제 여파로 다른 국가 기업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10대 폴리실리콘 제조사 중에서 중국계를 제외하면 한국의 OCI와 독일 바커, 미국 헴록 등 3곳에 불과하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발전 가치사슬(밸류체인)의 가장 상위에 위치한 소재로 꼽힌다. 태양광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진다. 폴리실리콘 최다 생산지인 중국의 신장 지역은 연간 45만t을 생산하는데 이는 중국에서는 약 80%, 전 세계 생산량으로는 40%에 달하는 숫자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6월부터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통해 신장 지역 생산품 규제에 나서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법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및 소수민족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조직적 탄압과 강제노동에 대응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강제노동 관련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이르면 내년 초 법제화할 계획이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대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제한을 없애서 EU에서 최종 생산된 제품의 경우에도 중간 공정에서 강제노동이 연관됐다면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폴리실리콘 관련 OCI의 행보가 눈에 띈다. OCI는 지난 2008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했지만 경쟁자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산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이 여파가 10년 동안 이어지면서 웅진·KCC·한국실리콘 등이 사업을 접었고,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OCI도 주력 생산 공장인 군산 공장(연산 5만t)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일본 도쿠야마로부터 인수했던 말레이시아 공장이 남아 있어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커는 폴리실리콘, 실리콘, 폴리머 등을 생산하는 종합 화학 소재 업체다. 바커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베른로이터리서치의 지난해 조사에서 세계 10대 폴리실리콘 제조사 중 2위를 차지했다. OCI(7위)와 미국 헴록(9위)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업체로 조사됐다.
바커도 폴리실리콘 불황기를 겪으면서 지난 2020년 비용절감 등의 내용을 담은 ‘미래 설계’(Shape the Future) 효율성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2022년말까지 관리·비핵심 부서의 인력 1000명 이상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이 포함됐다. 혹독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전세계에서 친환경 사업이 주목받는 점은 호재다. 글로벌 침체에도 태양광을 비롯한 폴리실리콘 사업이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것도 3사에 기회라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제한조치에도 중국 업체가 입는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의 70%를 차지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시장이다. 강제노동 관련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신장 지역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인근 지역인 내몽골로 옮겨 생산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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