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들, 최대 격전지 급부상
한국-덴마크, 중국-사우디, 일본-프랑스 ‘동맹’
국내 해상풍력 발전단지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탄소 중립을 위한 전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린수소’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시장 선점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활용해 만들어진 수전해(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로 만드는 것)수소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상당수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의 종착점은 결국 그린수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그린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에너지 ‘큰손’들이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것은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15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으로 구성된 수소위원회와 미국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집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중국·일본·인도의 총 수소 수요량은 오는 2050년에 약 2억8500만t으로 전세계의 4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세계 최대의 수소 소비국인 중국은 독자노선을 선택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에너지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경제 기획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2025년 수소연료 차량 5만대를 예상하고, 그때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10~20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2위 정유회사이자 국영기업인 시노펙은 연간 2만t 규모의 제조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동기업과의 ‘그린수소 동맹’ 여부가 주목된다. 사우디의 국영 에너지기업이자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아람코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시노펙과 손을 잡고 중국에 정유 및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위한 초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하루 32만 배럴 생산용량의 정유공장과 연산 150만t 규모의 석유화학 크래커 단지가 가동될 예정이다. 시노펙은 사우디 국영 화학회사 사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얀부에 있는 기존 정유공장과 통합 개발할 석유화학단지의 개발 타당성을 연구하기 위한 사전 협약도 체결하며 향후 친환경 분야 등 다방면에서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
일본의 경우 프랑스·호주 기업과 그린수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회사 미쓰이앤코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Engie)의 호주 자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관련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자회사 지분의 24%를 이미 투자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미쓰이앤코는 호주에 연간 100만t의 연료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블루 암모니아 공장 건설 계획도 밝혔다. 블루 암모니아는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블루라는 이름이 붙은 청정 암모니아를 의미한다
또다른 상사기업인 미쓰비시 역시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가스회사 페르타미나 등과 협력해 관련 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광활한 면적과 풍부한 일조량 등을 활용한 대형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속속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도 유럽 등 글로벌 기업과의 그린수소 동맹이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6월 글로벌 해상풍력 1위인 독일의 지멘스가메사(SGRE)와 손을 잡은데 이어 이어 11월에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인 오스테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스테드는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 등 포스코그룹과 전방위적으로 그린수소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는 “그린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이 아시아에서 가열되고 있으며, 현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면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에도 ‘민관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030년 그린수소 25만t 생산·공급을 목표로 10㎿급 수전해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4년간 약 300억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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