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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현의 현장에서] 지역별 도산 대응 격차와 회생법원 신설

“서울은 대충 넘어가고, 수원과 성남은 많이 까다롭다던데 사실인가요?”

수원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지난 8월 이 같은 문의를 받았다. 회생을 고민하던 의뢰인은 서울에 신청할 수 없냐고도 물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제율도 높게 결정되지 않겠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민·형사 사건과 달리 회생·파산 사건의 경우 의뢰인이 종종 던지는 질문 유형이다. 도산 사건에서는 내 거주지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는 독특한 셈법이 나타난다.

우려는 실제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지난해 개인회생 개시부터 법원의 변제계획 인가까지 서울회생법원은 85.5일, 전국 지방법원은 평균 123.5일이 소요됐다. 법인회생의 경우 회생 계획 인가 후 종결까지 평균 4.37개월, 전국 지방법원은 15.4개월로 3.5배가량 차이가 났다. 개인파산의 경우에는 서울회생법이 2.62개월, 전국 지방법원은 평균 5.7개월이 걸렸다. 경제생활 마비를 겪는 회생·파산 당사자에게는 법원의 신속한 결정이 중요하다. 처리 시간이 지연될수록 생활도 제약을 받게 된다.

지역별 격차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전문법원의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전국에서 도산 전문법원은 2017년 설치된 서울회생법원이 유일하다. 지방법원은 파산부가 사건을 처리하는 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30명의 판사가 근무하지만 서울 다음으로 도산사건 접수가 많은 수원은 13명의 판사가 담당한다. 올해 1~10월 서울회생법원에 신청된 개인회생 사건은 1만 4681건, 수원지법 1만 843건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인력 면에서부터 대응 격차 생겨날 수밖에 없다. 판사들은 전문성 차이도 원인으로 지적한다. 법체계는 권리·의무를 따지고 계약에 따라 이행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회생·파산 사건에선 이를 깨고, 채 무 일정부분 면제해주는 대신 빠른 경제 활동 복귀를 돕는다. 독립법원에서 3년간 도산 사건만 맡는 경우와 지역법원에서 민·형사를 담당하다 회생·파산 사건을 맡으면 접근법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에서 근무했던 판사는 “빚은 갚아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분들은 면책이나 변제를 엄격하게 본다”며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고 전한다.

법원도 회생법원 추가 신설을 요구해왔다. 올해 중반만 해도 전망은 밝지 않았으나,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에 직면하자 급물살을 탔다. 여야가 법안을 내놓으면서 내년 3월 1일 부산과 수원에서 회생법원이 출범하게 됐다. 이외 고등법원 구역인 광주, 대전 등은 파산 전담 인력을 늘려 시범적용을 한 뒤 재논의된다.

올해 한계기업과 가계 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아직 사건이 급증하진 않았다. 1~10월 전국 법인파산 사건 접수는 785건, 지난해 같은 기간(742건)보다 5.8% 소폭 증가했으나 2020년(881건)보다 적다. 개인파산도 같은 기간 3만7877건으로 전년(3만8733건)보다 증가하진 않았다. 그러나 본격 위기는 내년부터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수원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도산사건의 균질화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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