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새해 11대 여행 트렌드는? [어떻게 보십니까 2023]
코로나19로 눌렸던 여행수요 폭발
K-컬처 팬들 덕 인바운스 늘 듯
질병·전쟁 피해 자연 찾는 여행 '여전'
메타버스 활용 여행도 '각광'
새로운 문화 자극·레트로 여행도 인기
여행객이 산 위에서 자연 풍경을 카메라로 찍고 있다. [부킹닷컴 제공]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팬데믹 재유행과 리오프닝 사이, 냉탕온탕의 2022년을 보낸 여행자와 여행사, 여행지는 2023년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전쟁과 질병, 재해로 점철된 세월을 보내고, 사람들은 속세 탈출을 더욱 ‘가열차게’ 감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디지털기술을 통해 위험성을 미리 제거하려는 노력, 자연과 함께 오래오래 살아보려고 하는 친환경, 에코여행도 대세의 중심으로 이동할 것 같습니다.

헤럴드경제는 국내 여행업계, 한국관광공사,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여행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모아 2023년 여행풍경을 미리 그려봤습니다.

①그래도 최고의 선물은 ‘여행’

많은 사람이 지난 3년간 여행을 제대로 가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해외여행이 급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팬데믹 이전엔 10명 나가다가 12월 기준으로 3~4명 수준으로 나갑니다. 한국으로 오는 손님들도 10명이던 것이 3명 된 수준의 더딘 회복세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2~3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여행을 해본 25~55세의 한국인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호텔스닷컴이 최근 설문조사를 했더니 그간 고생한 나에게 주고 싶은 연말선물로 ‘여행’을 꼽은 응답이 59%였습니다.

여행은 새 휴대전화, 명품, 문화티켓 등을 압도적으로 제친 1위였습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주고 싶은 연말선물에서도 여행은 60%를 차지했습니다.

②팬데믹 우정?!…여행국의 다변화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에 대한 나라별 선호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우정을 더욱 다진 곳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체코, 헝가리, 영국, 멕시코, 마리아나제도, 핀란드, UAE, 에티오피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입니다.

미국은 변함없는 우정으로 한국에 최저의 출입국 규제를 뒀고, 한류팬들이 급속히 늘어나 우리 문화를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린 응원군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말실수 논란을 빼고는 모든 것이 좋았던 한미 관계였습니다.

에티오피아와 필리핀은 교민의 귀국 수송 때 물심양면으로 도왔습니다. 체코는 한글을 공항 안내 4대 언어 중 하나로 격상시키고 우리에 대한 문턱을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낮춰 두 팔 벌려 환영한 나라입니다.

스페인과 헝가리는 팬데믹 때 더욱 많은 문화·경제 교류 의지를 실행했고, 한국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걱정하고 위로를 전해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제주 올레 구간이 마련된 것도 팬데믹 와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여행할 곳의 국적을 정할 때 ‘팬데믹 우정’이 반영될 전망입니다. 남유럽과 동유럽, 북중미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아울러 동남아는 팬데믹 이전 대비 한국인 방문의 부침이 있을 전망입니다. 베트남행의 경우 박항서 변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③질병·전쟁 피해 탈속 오프그리드, 그러나 폰은 꼭

지긋지긋한 질병과 전쟁을 피해 갈등 없는 곳으로의 여행도 늘어날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청정 자연으로 들어가는 에코여행, ‘숲멍’ 같은 것입니다.

이번 2023년 여행트렌드 예측에서 부킹닷컴의 진단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한국인 1000명을 포함한 세계 32개국 2만4000명 대상 조사입니다.

부킹닷컴은 질병, 재해, 국제정치 불안을 겪으며 문명의 허약함을 느끼게 된 사람들이 내년에 속세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인 응답자 중 44%는 최소한의 필수품만 가지고 생활하는 ‘무소유’의 삶을 여행에서 경험하길 원하며, 절반 이상(53%)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오프그리드(off-grid)’ 스타일의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오프그리드는 전기, 수도, 가스 등 외부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한 채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실제 응답자의 52%는 여행을 통해 깨끗한 물을 구하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등 생존기술을 배우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인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3%)은 오프그리드 여행에서 필수 불가결의 조건으로 ‘여행지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연결될 것’을 꼽아 야생에서 모든 속세의 조건을 버리더라도 통신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④가상현실로 여행 경험 확장
가상현실.

2023년에는 여행산업도 본격적으로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메타버스에 진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에 대한 수요는 한국인 여행객 절반 이상(54%)이 내년 여행지로 ‘가상현실’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특히 VR여행을 며칠간 체험해볼 의향이 있다고 답한 한국인의 비율(51%)은 글로벌 평균(35%)을 훨씬 웃돌았는데 이는 한국이 높은 IT 수준으로 인해 VR나 메타버스의 개념에 상대적으로 익숙하며 디지털기술 수용성이 높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부킹닷컴은 진단했습니다.

메타버스는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여행 체험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으로서 많은 이가 새로운 여행에 도전하고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울 전망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56%의 한국인 응답자가 가상 경험 후 이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여행지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해 촉감을 전달하는 햅틱 피드백까지 도입되면 여행객들은 훨씬 몰입감 있게 가상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발길은 이쪽으로 돌렸어도 남들 가본 곳에 대한 부러움 없이 가상현실에 자신의 몸을 실으면서 어느 정도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⑤“완전히 새로운 문화 자극을 찾아라”
독특한 체험.

지난 몇 년간 코로나에 억압됐던 상황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여행객은 내년에 완전히 다른 문화와 새로운 자극을 느껴보고 싶은 심리를 드러냈습니다. 한국인 여행객도 절반 가까이(49%)가 문화충격을 경험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무려 10명 중 8명(80%)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는 여행을 경험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여행 경험으로 사람들은 가장 매운 고추, 가장 비싼 트뤼프 등의 별미 시식(59%), UFO 또는 외계인 관찰 투어(40%)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모험가 여행객들이 하고 있는 오로라 관측 투어, 빛없는 오지의 밤 별빛 투어를 뛰어넘는군요.

또한 한국인 10명 중 4명가량(36%)이 편도 티켓을 끊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여행하고 싶다고 응답한 것을 볼 때 내년에는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자유여행이 여전히 인기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⑥레트로 여행으로 회귀

내년에는 여행업계도 사회 도처에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억여행, 느림의 미학으로의 회귀 같습니다. 한국인 여행객 대다수(92%)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행지에서 단순해서 좋았던 아날로그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욕구는 모든 세대에 걸쳐 드러나지만 세대별로 Z세대(90%), 밀레니얼 세대(91%), X세대(87%), 베이비붐 세대(81%)와 같이 차이를 보이며, 특히 그 시절을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여행의 모습으로는 테마파크, 방 탈출, 보물찾기 등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들을 다시 찾는 것(59%), 유명한 레트로 영화에 등장하는 랜드마크를 찾아가거나 수학여행처럼 버스여행을 떠나는 것(25%) 등이 꼽혔습니다. 이는 여러 세대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재회하는 다세대 가족여행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킹닷컴은 진단했습니다.

⑦‘내 몸이 최고’…웰니스 여행 인기 ‘여전’
팀워크 여행.

2023년에는 내 몸 챙기는 웰니스 여행 바람은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인 응답자 절반 정도(49%)는 명상이나 정신건강을 위한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4명가량(43%)은 조용한 휴양지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고 싶다고 했습니다. 세대별로는 Z세대(45%)와 밀레니얼 세대(48%)가 X세대(35%), 베이비붐 세대(19%)에 비해 조용한 휴양지를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건강 회복에 집중하거나 갱년기 또는 임신과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휴식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대답한 이들이 10명 중 6명에 달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렇게 대답한 비율이 높은 상위 국가가 베트남(73%), 태국(65%), 중국(63%), 인도(59%), 홍콩(58%), 한국(57%) 순으로, 모두 아시아 국가였다는 것입니다. 평소 일의 비중이 커 정신건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면에서 이러한 니즈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⑧출장에서 다지는 팀워크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출장 및 비즈니스여행의 니즈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팬데믹이 유행하기 이전 비즈니스여행이 주로 일을 위해서였다면, 이제는 업무보다 관계 강화 및 기업 레크리에이션에 중점을 둔 형태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부킹닷컴 조사결과, 한국인 응답자 절반 이상(53%)이 회사에서 떠나는 야유회나 여행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가운데 47%가 단합 차원에서 고용주가 업무를 벗어나 사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비즈니스여행을 계획하길 바라고, 54%는 회사 측이 원격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전환하며 절약한 비용을 회사 출장이나 휴가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무실에서 벗어나 친목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만큼 동료 간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모습이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61%에 달했습니다.

⑨가성비 여행 트렌드 심화

‘가성비’는 여전히 최고의 덕목입니다. 최근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항공유류세 인상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예산을 합리적으로 소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할인 혜택이나 특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여행시기를 조정해 여행에 나서는 한국인 여행객(54%)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할인 및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고(59%), 비수기인 여행지나 장거리 노선으로 여행비용을 절약하며(53%), 특가를 위해 한층 더 이른 시점에 예약을 진행하는(61%)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 합리적인 여행을 계획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상 여행 시 고려사항 중복 응답)

⑩“아직 해외는 무서워”…국내여행 선호 이어질듯

참았던 해외여행이라고 해서 여행욕구의 분출을 나라 밖으로만 돌리려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명 나가다가 이제 3~4명이 나가는데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쯤 12명을 나갔겠지요. 즉 해외여행과 외국인의 한국여행 회복세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7년 외래관광객 3000만명을 공언했는데 이를 믿는 업계 사람들은 아주 드물답니다. 역대 최다 외래객은 2019년 1700만명입니다. 그간 사소한 변수가 있을 때마다 들쑥날쑥했던 통계입니다. 이런 말의 성찬 행정은 앞으로 지양돼야겠습니다. 그렇게 할 인프라와 회복의 실행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다음에야 숫자를 얘기하는 게 어른답지 않을까요.

다른 나라는 관광경제 회복을 위해 손실의 50~80%를 보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관광인프라 복원과 관련해 정부가 폭망한 업계에 돈 꿔주겠다는 말밖에 하지 않습니다. 사주가 사재 털어 먼저 일감이 없어도 출근하는 직원에게 월급을 준 뒤 나랏돈 일부를 보전받는 고용유지지원제는 80% 이상의 영세 여행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관광 교류의 회복 환경이 ‘못갖춘마디’처럼 돼 있으니 해외보다는 국내여행에 당분간 더 큰 관심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요즘 어느 기초단체를 가도 없는 것이 없습니다. 남들이 한다면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케이블카, 민속 체험, 포토포인트 전망대를 다 만들어뒀더군요. 내가 평소 가보지 못한 국내 소도시 여행, 인구감소지역이라 호젓한 곳에 대한 여행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⑪관광산업 진흥 위한 정부 대책 필요
불 꺼진 여행사, 이러기를 2년. [연합]

2023년에 가장 궁금한 것은 여전히 여행을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보지 않고 사치품으로 여기는 현행법령들을 뜯어고칠 것인가입니다.

사실 여행은 한국민이나 외국인들의 힐링이자 돈 버는 산업이며, 민간 외교이자 국격의 바로미터이며, 로컬브랜드가치이자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는 시각교정 인문학이며, 지구촌 사람들의 평생교육입니다. 여전히 위정자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문화관광체육 분야 공직자들은 시야가 참 좁고, 정책 실행 양태도 미시적이거나 동족방뇨 식입니다. 천재 소리 듣던 청년들이 이 분야 맡고 나서 둔재된 것일까요, 직무유기일까요.

일선 실무기관이 다 처리해놓은 것을 마치 자기가 수행한 업무인 양 숟가락만 얹는 상급 부처의 ‘손 안 대고 코풀기’ 버르장머리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국민의 종을 내려다볼 때 큰 문제이지요. 자신들이 해야 할 큰 역할을 안 하니 그럴 수밖에요. 그들의 시야교정, 인식전환, 공복(국민의 종)기강 확립도 기대해봅니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