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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 와중에 ‘유럽판 IRA’까지 온다

유럽연합(EU)이 결국 ‘탄소국경세’ 카드를 판 위에 올렸다. 세계 첫 사례다. 예고됐던 규제이지만 철강 등 우리 수출기업들에는 큰 악재여서 우려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와 인터뷰에서 “‘유럽판 IRA(Inflation Reduction Acts·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EU는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 공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 품목은 철·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력·수소 등이다. 수소는 막판에 포함됐고, 유기화학물질·플라스틱 등도 추가될 여지를 뒀다. 또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간접 배출’ 탄소까지 규제 대상에 넣는 등 EU의 규제 의지가 강력하다. 설렁설렁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EU는 오는 16~17일께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시기 등을 확정하는데 이르면 2026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 10월부터 수출 대상 기업에 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다행히 3~4년 후 본격 시행까지는 별도 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보고 준비기간으로 10개월, 시행 준비기간으로 3~4년은 결코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다.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로 대(對)EU 수출 비중이 큰 철강은 파장이 클 전망이다. 포스코 등 직접 수출 대기업은 물론이고 납품 중소기업까지 고려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EU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달러(5조6000억원)로, 알루미늄(5억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비료(480만달러) 등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지금부터 정부와 해당 기업들이 합심해 체계적이고도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선, EU도 ‘무역장벽’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에 민감하다고 하니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만하다.

둘째, EU가 역내 산업군에 대해 부여하고 있는 탄소배출 무료할당제는 차별적 요소인 만큼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셋째, 한국이 이미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내세워 일정 부분 감면 등 예외 조처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원천적으로 기업들의 탄소저감 노력을 뒷받침하는 금융 및 세제 지원방안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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