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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시험인증기관, 수출 파란불 켤 수 있는 스위치

팬데믹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은 기존 비자에 더해 코로나 예방접종증명서나 PCR검사 확인서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규제를 통과한 사람만 입국을 허용했다. 적잖은 불편함이 따르지만 자국민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 앞에서는 도리가 없었다.

국가 간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물품의 이동, 수출에도 자국민을 위한다는 이유는 쉽게 비켜갈 수 없다. 여행에 비자가 필수적이듯 수출에는 해당 국 인증이 비자 역할을 한다. 이에 더해 각국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이유로 새로운 규제를 도입, 시행한다. 기술규제장벽(TBT·Technical Barrier to Trade)이 대표적이다. 아예 인증에 새로운 조건을 더하거나 취득요건을 한층 높이기도 한다. 유럽연합이 의료기기 CE 인증 관리제도를 지침(MDD)에서 규정(MDR)으로 강화한 것이 그 사례다.

KTR와 같은 시험인증기관은 국가 간 물품의 이동에 필수적인 해당 국 인증은 물론 기술규제장벽 해소, 강화되는 인증제도 대응 등 우리 기업 수출 걸림돌을 해소해야 한다. ‘수출 고속도로’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KTR가 지난 5일 폴란드 국영 시험인증기관이자 유럽연합 CE 인증기관인 PCBC와 업무협약을 하고 우리 의료기기 수출기업의 CE 인증 획득의 길 확보를 모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은 기술과 품질로 세계 시장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하는 우리 의료기기업체들에 인증 및 해외 규제 걸림돌을 줄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액은 86억달러로, 2019년에 비해 132%나 늘었다. 올해 본격 시행된 CE MDR는 이 같은 한국 의료기기 수출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새 규제이기에 이번 PCBC와의 협력관계 강화는 우리 의료기기기업의 수출 버틀랙 해소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은 또 더는 이전의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고 있지 않다. 반도체, IT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퍼스트무버 또는 트렌드세터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시험인증기관도 이에 맞춰 퍼스트무버 산업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찾아 앞서 수행해야 한다.

KTR는 6개 해외 지사와 40개국 180여 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로 퍼스트무버 수출기업들이 각국 인증 규제 미비로 겪게 되는 어려움에 한 발 앞서 대응할 수 있게 돕고 있으며, 지속적인 해외 거점 확보 및 해외 지사의 역량 확장을 통해 해외 인증기관 지정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 팬데믹에 더해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대형 악재들로 우리나라 무역 상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지금의 무역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KTR와 같은 시험인증기관들은 수출길을 넓히고 수출장벽을 낮추며 새로운 수출길을 만드는 데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미 세계는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해외여행 차원에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 ‘보복 소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여행시장이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1월 대비 지난 10월 해외여행 인원이 37%나 더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국가 간 사람 이동이 풀린 만큼 물품의 이동도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시험인증기관의 한 발 앞선 움직임이 필요하다. 새로운 해외 규제에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돕고,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해외 기술 규제는 찾아 개선하며, 정부와 함께 수출기업들을 직접 도울 수 있는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일은 시험인증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KTR는 국내에서 경쟁하는 시험인증기관이 아니라 글로벌 시험인증산업의 퍼스트무버이자 트렌드세터로서의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수출에 고민인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나간다면 시험인증기관은 수출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꾸는 스위치가 될 수 있다.

김현철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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