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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금리 올린 죄

-1.3%.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NG은행은 그보다는 높지만 0%대인 0.6%를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다. 숫자의 차이는 커 보이지만 실상 내용은 하나다. ‘저성장’이다. 잠재성장률 2.0%에 못 미치는 성장이 예고된 셈이다. 물가는 여전히 5%대로 높다.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자제를 권고하며 치솟는 금리를 가까스로 붙들고 있지만 대출금리도 최근 1년 새 빠르게 올랐다.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신용대출금리도 최고 8%대다. 이자비용이 높아져 체감소득이 악화되고 있는데 물가마저 오르는 상황은 내년에도 험로를 예고한다.

물가안정이 통화정책의 목표인 한은으로선 기준금리를 더 올릴 명분이 충분하다. 현재 3.25%인 기준금리는 3.50%로, 한 차례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수차례 5%대 물가상승률엔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것을 밝혔다. 아직 ‘긴축의 시간’이 더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한은의 행보는 긴축과 자꾸 배치된다. 금리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을 축소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 했지만 한구석에선 돈을 풀고 있다. 한은은 12일에도 연말 유동성 공급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을 추가 매입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월 유동성 대책에서 RP 매입을 6조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필요하다면 연말까지 6조원보다 더 큰 규모로 확대해 실시하겠다”며 “RP 매입 대상물을 만기가 좀 더 긴 한 달짜리로 늘려 연말 자금에 숨통을 트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수요는 미달됐다. 매입 예정금액은 3조원이었으나 2조1200억원이 응찰했고 낙찰은 1조5300억원만 됐다. 수요 미달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2조6000억원 규모의 14일물 RP 매입 당시에도 미달을 기록했다. 부적절한 대책이었던 셈이다.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발생 시 최종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위기를 진정시키는 ‘최종대부자’ 역할을 한다. 이번처럼 RP 매입으로 금융사를 통해 자금시장에 간접 지원을 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은이 했던 역할이다. 위기로 한정 짓는 것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면 고수익·고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더욱 선호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RP 매입을 두고, 저금리 상황에서도 높은 수익을 냈던 시장에 문제가 생기자 한은까지 동원돼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맞는지 꼬집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국민은 가파른 금리인상을 버텨내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의 이번 대책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따른 것이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캐피털콜 실시를 결정하면서 한은에도 긴축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금리 올린 죄’를 묻는 것과 같다. 긴축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나타나는 경제적 충격도 필연이다. 그때마다 중앙은행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설 순 없다. 금리인상이 한은 탓은 아니지 않은가.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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