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대량 생산체계 갖춰·무기 호환 측면도 유리
폴란드 수출 본격화…“유럽시장 공략 박차”
폴란드 북부 그디니아 항구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산 K9 자주포의 하역이 이뤄지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자료]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세계적인 군비증강 경쟁이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고돼 있지만 방위산업 만큼은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실정이다.
10일 방산업계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2.2%가 군사비로 지출됐다. 전체 군사비 지출 가운에 미국이 3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 군사비 지출액은 지난해 약 2930억 달러(약 381조5000억원)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 국가가 GDP의 1.5% 미만에서 국방비를 지출해왔다. 하지만 러-우 전쟁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는 당장 내년부터 GDP의 3%로 국방비 지출을 늘린다고 발표했고, 독일·덴마크·스웨덴도 단기간 이내에 GDP 2% 수준까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어떤 국가가 군사 무장을 하면 인근 경쟁국가는 덜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고, 이러한 군비 지출 경쟁이 나선형으로 확산할 수 있다”면서 “결국 갈등 고조가 서로에게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공감되기 전까지는 국방비 지출 경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위산업에서 중요한 점은 최대 구매자가 바로 각국의 정부라는 점이다. 때문에 시장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막강하며, 구매 상품과 방산업체 등을 정부가 직접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방위산업 수요는 경제 상황과 큰 상관 없이 각국의 국방비 예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같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업계를 중심으로 “한국 방산 기업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한국 방산 업체들은 ‘대량 생산’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최근 밀려드는 주문으로 단기 생산능력 확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점도 한국 기업에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또한 한국에서 생산한 무기가 미국 및 주요 동맹국들과의 무기 체계 호환 측면에서 유리한 것도 강점이다.
삼성증권은 “무기는 판매가격보다 판매 이후 후속 유지·보수·관리하는 시장의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면서 “최근 방위산업의 변화가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로 본다면, 이번 수출이 가져오는 수익은 한국 기업에 단순히 매출이 증가하는 것 의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산 명품무기’로 꼽히는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첫 수출 물량이 폴란드에 상륙한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인도된 초도물량은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이다. 1차 실행계약이 체결된 지난 8월 기준 약 4개월 만에 초도 물량이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폴란드의 긴급한 요청에 따라 빠른 인도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 폴란드 대통령이 직접 빠른 납기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특히 폴란드와의 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국내 방산 업체들이 다른 유럽 시장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이다. 폴란드와 맺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다연장로켓 천무의 1차 이행계약 수주액은 124억 달러(약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폴란드 현지에서 무기 생산과 기술 이전 등의 내용을 담은 2차 이행계약에 대한 협상도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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