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글로벌 1위를 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에 따른 업계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선두기업으로서의 글로벌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로 평가된다. 올해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자를 예고했던 TSMC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목표치에 못 미친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74억2500만달러(약 48조8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위인 TSMC(360억달러)와 인텔(250억달러)의 설비투자 규모를 앞지른 것이다. 글로벌 설비투자 최선두를 올해 또다시 지켜냈다는 관측이다.
특히 올해 4분기 삼성의 투자 증가세가 눈에 띈다. 인텔, 마이크론 등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모두 지난 3분기보다 투자를 줄일 때 삼성은 오히려 이를 증가시켰다. TSMC도 투자액을 높이긴 했지만, 삼성의 투자금액이 TSMC보다 41억5300만달러(약 5조4000억원)가량 더 높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삼성의 설비 지출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삼성의 주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과 관련해 삼성보다 TSMC에 시스템반도체 발주가 모였을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 최선두인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삼성은 D램과 낸드 분야에서 모두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투자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시장 침체가 계속되지만 인위적인 감산이나 투자 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 업계 흐름과 상반돼 주목된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인 키옥시아는 최근 메모리 한파에 투자를 줄이고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삼성이 시장 과점 체제에서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위기일수록 더 많은 투자를 해, 미래를 준비하는 삼성 방식의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TSMC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연초에 400억~440억달러(약 56조~62조원)를 계획했지만,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UMC도 올해 계획된 시설투자 규모를 36억달러에서 30억달러(4조2000억원)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커지면서 모든 반도체 기업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최고 수준의 삼성의 모험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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