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 내 직원 모습.[삼성전자 영상]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내년 반도체 시장 악화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인력 증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인력 충원을 보류하면서 경영 효율화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단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채용을 하지 않거나 인력 수급 계획을 재고해 조정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디벨로퍼(현상액을 이용하여 일정 부위의 PR을 제거하여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 시장 등에서 주도권을 쥔 A사는 채용과 관련해 애초에 11월 서류 전형 발표를 예정했으나, 내년 1월 초로 발표 일정을 지연시켰다.
증착(반도체 소자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물질을 얇은 두께의 박막으로 형성하는 과정) 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B사 역시 통상과 달리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인력 채용을 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웨이퍼 노광 과정 관련 불순물 제거 공정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C사 역시 통상보다 채용 일정을 늦추면서 반도체 시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반도제 장비 업체 고위 관계자는 “내년 다수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력을 당장 줄이는 것을 시행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인력 증원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 역시 “반도체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면서, 관련 인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수급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채용 자체에 대해서 신중한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인력 증원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이같은 경계 움직임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반도체 시장 역성장 관측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국내 반도체 수출(통관 기준)이 단가 하락 등으로 내년 중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 규모가 4960억달러(644조3000억원)로 올해(6180억달러)보다 3.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역시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을 5565억6800만달러(약 723조원)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5801억2600만달러)보다 4.1% 감소한 수준이다.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 폭 역시 위협적이란 평가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은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면서 D램 공급은 올해보다 줄어들고, 낸드플래시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지난달 중순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에 대한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의 4분기 총 매출이 전분기 대비 줄면서 지난 2년간 이어진 호황이 끝날 전망이다. 올해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기록한 총 매출은 전분기 대비 6% 증가한 352억1000만달러(약 45조 8300억원)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전·IT 제품 등에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요 고객들의 주문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쨌든 반도체 투자를 줄이는 기업들이 늘어나, 인력 증원에 대한 경계감이 적어도 내년 하반기 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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