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오토쇼도 또 연기…“반도체 수급 탓”
대만 디지타임즈 “2024년까지 문제 지속”
쌍용차 생산공장 모습 [쌍용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폭스바겐과 쌍용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다른 완성차 브랜드도 다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계획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친환경 차량일수록 차량을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2024년 초반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의 제타·타오스 생산라인을 일시 가동 중단했다. 가동 중단은 오는 23일까지 계속된다. 푸에블라 공장 측은 “반도체 수급 문제 때문”이라며 이런 사실을 본사에 보고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스바겐의 본산인 독일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문제는 골칫거리다. 실제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올해 차량 생산량이 4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연간 생산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패신저 카(Volkswagen Passenger Cars) CEO는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업자들이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배송하기 하루 전에 취소하거나, 평소 대비 800%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
한국 완성차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먼저 쌍용자동차는 8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평택공장의 생산라인을 중단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자동차 반도체 소자 부품 수급 차질 탓”이라고 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28일에도 같은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평택공장에선 티볼리, 코란도, 토레스,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칸 등이 생산되고 있다. 공장 가동중단으로 2500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재고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현대차그룹도 고민이다. 차종별로 극명하게 나뉘는 출고 대기기간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친환경 차량 모델은 고객 인도가 더 오래 걸린다.
12월 현대차·제네시스 차종별 예상 납기표에 따르면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산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은 차량 인도까지 약 20개월이 걸린다. 아반떼 가솔린 모델(10개월), 산타페 가솔린 모델(8개)의 두 배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 아이오닉6는 차량 인도까지 18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차 연기되는 캐나다 밴쿠버 오토쇼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지난 3년간 밴쿠버 오토쇼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열리지 못했다. 올해 중순 이후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내년 3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최근 다시 연기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오는 2024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인 IT 매체인 대만 디지타임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2024년 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며 “앞서 몰려있던 수요가 우선 해소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