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에 美로 몰려가는 배터리사
현대차·테슬라·토요타 등도 美 투자
SK온과 포드의 켄터키주 합작공장. [포드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장악하려는 패권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세계 배터리회사들의 신규 생산기지를 자국 내로 유치하자 유럽에서는 미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과 중국 등 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 역시 판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의 토마스 쉐퍼(Thomas Schafer)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토모티브뉴스 유럽과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비교할 때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배터리는 매력과 경쟁력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IRA 시행을 통해 자국 내 투자기업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럽은 에너지 가격폭등 등 부정적인 시장 환경과 낡은 관료주의적 지원책으로 투자처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쉐퍼 CEO는 “미국, 캐나다, 중국,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 등에 비해 유럽은 정체된 상태”라며 “(전기차) 산업 전환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현재의 유럽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들어 유럽 내 배터리 투자계획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분위기다.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는 예정된 유럽 내 배터리공장 건설계획을 연기하고, 북미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공장을 짓고 2025년 말부터 생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십억달러의 인센티브를 내세우자 경제적 이득을 따지는 모습이다.
노스볼트 대변인인 제스퍼 위가드트(Jesper Wigardt)는 “북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고려해 무엇을 우선시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회사 펑차오에너지(SVOLT) 역시 독일 자를란트주에 예정된 생산시설 계획을 몇 년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내년 말부터 이곳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2027년에 파일럿 생산을, 2028년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테네시주 합작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반면 미국 내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북미 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을 늘리고, 부품·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IRA가 시행되면서다. IRA는 전기차·배터리 관련 제조시설에 최대 30%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북미 내 최종 조립, 배터리 핵심 광물 조달국 비율 충족 등 요건을 맞춘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북미 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에 3개 공장을 짓고 있다. 혼다,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 공장도 건설한다. 최근에는 GM과 합작하는 테네시주 2공장에 추가 투자 결정도 내렸다. 생산능력을 애초 발표한 35GWh에서 50GWh로 확장하기 위해 2억7500만달러(약 3600억원)를 투입한다는 청사진이다.
SK온은 포드와 켄터키·테네시주에 총 3개 공장을 짓고, 조지아주에 단독 공장 2개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5일에는 켄터키주에서 기공식을 열며, 공장 건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현대차와도 북미 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짓는다.
해외 완성차업체들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테슬라와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각각 캔자스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배터리공장을 짓는다.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전기차 생산시설을 만드는 데 총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배터리 셀과 팩을 조립하는 데 파격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자국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허브로 만들고 있다”며 “비용부담을 낮추기 위한 측면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미국을 잡기 위한 추가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