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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SMC는 잘 나가는데...K반도체의 눈물
TSMC 장비 반입식 거물 총출동
美대통령에 애플 CEO까지 방문
세계 공장 러브콜, 국내 지지부진
용인 클러스터 8년째 공사도 못해
‘K칩스법’도 4개월째 국회서 표류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컴퓨터 칩 공장 건설현장을 류더인(오른쪽) TSMC 회장과 C.C. 웨이 최고경영자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연합]

“한마디로 미국이 부럽고, 국내 반도체 기업이 처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K반도체’를 세계 최고로 만든 장점이 속도인데, 이젠 우위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반도체 업계 관계자)

6일(현지시간) 열린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이 열리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러움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발 빠르게 반도체 공장에 대한 각종 혜택을 지원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반면, 국내 관련법은 국회에서 4개월째 표류 중이다. 과거와 달리 경쟁이 치열해진 반도체 ‘전쟁’ 속에서 속도전에 밀리면 치명적일 거란 지적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세계 거물들이 총집합한 가운데 애리조나 공장에서 장비 반입식을 진행했다. 특히, 착공식이나 준공식이 아님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 투입도 불사하고 있다. ‘통 큰’ 지원을 하며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에서의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며 “나는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쿡 CEO는 앞으로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된 칩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의 노고 덕분에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칩에 메이드인 아메리카라는 도장이 찍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에 TSMC는 적극 화답했다. 행사에서 기존 계획의 3배가 넘는 400억달러(한화 53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1개의 반도체 공장을 더 짓겠다고 선언했다.

TSMC는 2020년 애리조나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해 5월 착공을 시작했고,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짓겠다는 것이다. 새로 짓는 2공장은 202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내심 부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포함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발표된 지 3년 10개월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토지보상과 공업용수 등 기반시설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공사기간이 2년 이상 지체됐고 사업비도 31% 이상 올랐다. 당초 2025년 상반기로 계획된 입주기업의 반도체 양산 시점은 2027년 상반기로 2년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 지원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8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반도체 시설투자 기업의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K칩스법’을 발의했지만, 여·야 정쟁 등으로 4개월째 지지부진하다. 연내 통과 가능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사이 해외 주요 국가는 자국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공장이나 장비 생산시설 건설 시 25%의 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430억유로(약 58조77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데 합의했다.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일본도 68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조성, 현재 TSMC가 추진 중인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 1조2000억엔(약 11조1000억원) 중 40%를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이젠 전세계가 달려든 전쟁터”라며 “속도전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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