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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수의 책읽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후 비즈니스의 미래는

요즘 일본에서 잘 나가는 작가인 야마구치 슈가 작정하고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다. 그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를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 콘페리헤이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기업에서 전문 컨설턴트로 일한 엘리트다. 또 독립해서는 베스트셀러 작가, 인기 있는 강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라는 큰 틀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그가 왜 그 틀을 비판하고 나섰을까.

저자는 성장에 매몰된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런 추세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의 미래 /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펴냄

책을 관통하는 그의 논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처음 인류의 과제는 먹고 사는 문제(물질적 불만의 해소, 경제성장)였기에 전세계가 이 문제에 매달렸다. / 그 결과 20세기 중후반의 큰 성장 시기를 거치면서 이 문제는 사실상 해결됐다. /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 기술과 개척을 앞세워 효율과 효용만을 추구하며, 지금까지도 인간 자신과 자연을 잠식하고 있다. / 이제 멈춰야 한다. / 지금의 저성장은 인류가 목표했던 고원(高原, 물질적 빈곤을 사회에서 없앤다는 비즈니스의 사명이 거의 달성됐음을 비유하는 말)에 도달했기에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으로, 괴로워해야 할 일이 아니며, 오히려 축복해야 할 일이다. / 자연스런 일을 억지로 해소하려다 보니(고성장 지속 추구) 인간성 매몰, 기후위기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진다. / 이제 인류는 고성장, 효율, 기술, 개척 등 성장 개념에 매몰되지 말고, 빈곤과 격차 해소, 환경, 일과 삶에서 느끼는 보람 등 휴머니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컨설턴트 출신답게 뜬구름 잡는 얘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을 던진다. 즉, 누구나 자기충족적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을 반드시 도입하고, 물질에 매몰된 지표인 GDP(국내총생산) 대신 건전성과 풍요로움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를 담은 ‘사회적 균형성과표(Social Balance Score Card)’를 채택하며, 이 모두를 위해 증세를 통한 ‘고부담, 고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화두가 된 지금, 왜 ESG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헤럴드경제 논설실장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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