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걸 신임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60세 이상 임원은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이른바 ‘60세 룰’ 깼다?”
삼성전자는 양걸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 부사장을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으로 5일 선임했다. 이번 인사 중 유일하게 지역 관련 업무를 하는 인사다. 양 사장은 다양한 해외 판매법인을 경험한 반도체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중국총괄과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을 역임하며 반도체 등의 중국 내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62년생으로 올해 60세이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7명의 승진 임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경우 주요 특징이었던 ‘60세 룰’이 적용되지 않아 양 사장 승진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60세 룰은 만 60세 이상의 고위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60세 미만의 40, 50대 사장이 승진하는 구조를 뜻한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을 이끌던 때부터 인사 세대교체의 ‘원칙’처럼 반영됐다. 하지만 양 사장이 60세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예외’를 만들게 됐다.
부산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서강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양 사장은 1989년 입사한 이래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판매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06년부터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에 근무했으며 2010년부터는 중국총괄 관련 지역 사업과 연을 맺었다. 2018년부터 삼성 반도체 사업의 중국 총괄 영업을 맡아오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1년간 삼성전자의 중국 협력 업무를 맡아왔다.
삼성이 양 신임 사장을 선임한 데는 점차 어려워지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중국 내 매출 비중은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조치로 부품 조달과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중국 내 정보기술(IT)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매출을 끌어올리며 중국 부진을 만회했지만, 중국 경제가 여전히 ‘봉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하반기 중국 매출 전망도 불투명하단 평가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판매법인의 실적도 뒷걸음쳤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판매를 하는 상하이 법인(SSS)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305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3.6% 줄었다. 이 기간 순이익도 1750억원에서 1383억원으로 21% 감소했다. 10년 전 20%대였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대로 떨어졌다.
삼성의 스마트폰과 가전은 중국의 내수 위주 정책과 국산품 애용 문화 확산, 중국의 자체 기술 경쟁력 강화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서로 알게 된 사람들끼리 관계를 갖는 걸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상 어려워진 해당 시장에 믿고 맡길 인물이 네트워크가 풍부한 양 사장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 사장이 승진 후 중국전략협력실장으로서 중국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안목을 바탕으로 원활한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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