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가 연내에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하반기 양산 시점이 업계의 기대보다 점차 늦어지면서, 삼성에게 빼앗긴 3나노 기술 프리미엄 주도권을 TSMC가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3나노 반도체의 하반기 양산 일정이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TSMC는 당초 지난 7월 3나노 양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9월로 한 차례 이를 미룬 후 또다시 올해 4분기로 양산 계획을 재조정했다. 그런데 올해 역시 불과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업계에선 3나노 양산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TSMC의 3나노 양산이 지연되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반사 이익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요 고객사인 퀄컴이 차세대 스냅드래곤8 칩을 삼성 파운드리 위주로 맡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크리스 패트릭 퀄컴 모바일 핸드셋 부문 총괄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2022 스냅드래곤 서밋’ 행사장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삼성 파운드리는 큰 파트너사”라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 역시 지난달 중순 진행된 기관투자자 설명회에서 “4~5나노미터 공정에서는 TSMC와 비교할 때 뒤처졌다. 하지만 3나노만큼은 중요한 '게임 체인저(시장 판도를 뒤집을 결정적 무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애리조나 팹 공장 공사모습 [TSMC 관련 유튜브 캡처] |
최근 대만경제일보 등 외신은 TSMC의 3나노 공정 생산량이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인텔의 주문량 감소에 따라 줄어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TSMC는 애초 올해 연말까지 3나노 공정에서 월 4만4000장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1만장 정도로 축소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는 보도다. 인텔과 애플 뿐만 아니라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도 올해 3분기부터 연속적으로 주문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TSMC가 최근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의 생산 노드로 3·4나노를 언급하며 삼성을 견제하려고 있다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TSMC는 애초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120억달러(약 15조5000억원)를 투자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5나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공장을 통해 4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6일 이 공장의 장비 반입식이 진행되는데,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모리스창 전 TSMC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부지에 추가로 3나노 공장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은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을 앞세워 주요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고객사의 주문을 확보한 이후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이 보편적인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클린룸을 먼저 짓고 수요에 따라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원 이어 원 뉴 팹(One Year One New Fab·1년에 팹 1곳 신설)’ 계획도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3나노 양산에 맞춰 세계 최초로 구현된 차세대 공정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나노 공정을 통해 제작된 반도체 칩은 이전 5나노 공정 대비 16% 축소되지만, 전력 효율은 45%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12월에 양산을 시작해도 삼성에 비해 6개월 가량 구현 시점이 늦어진 것”이라며 “12월 안에 제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TSMC 측은 이달 3나노 양산 가능성을 묻는 헤럴드경제 이메일 질문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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