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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안에는 정리” 더 거세진 ‘전략 선회’…성장보단 버티기 돌입한 이커머스
수익성 찾아 적극 나선 이커머스 기업들
“올해 안 정리” 목표로 정책 대대적 개편
“인상 없다”더니 수수료 올리고
물류·배송 중단 또는 대폭 축소
패션·뷰티 고마진 상품군 강화
‘내부 정통파’ 경영진 발탁까지
네이버가 운영하는 크림은 올해 초 1% 수수료(판매·구매 통합)를 연내 5%까지 올린다. 무신사가 전개하는 솔드아웃은 구매 수수료 1%를 부과할 방침이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연간 수백억원씩 마케팅 비용을 쏟으며 ‘출혈 경쟁’을 한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이 수익성 강화에 무게를 두는 정반대 전략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당장 12월을 기점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고, 물류·배송 권역을 올해 안에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자금시장까지 경색되자 적자를 내오던 이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수익을 내며 버텨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공언하며 판매자들과 상생을 강조한 이커머스기업들이 태도를 바꾸고 있다. 리셀(중고 거래) 플랫폼 네이버 크림에 이어 무신사 솔드아웃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다. 무신사 솔드아웃은 내년부터 구매 수수료 1%를 부과할 방침이다. 여성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도 이달부터 월 4만9000원씩 부과하던 정액제 수수료를 폐지하고, 매출액의 3% 판매 수수료를 부과키로 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8월부터 판매 금액에 따라 7.9~11.9%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고마진 상품인 뷰티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뷰티컬리. [컬리 제공]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고마진 상품인 뷰티와 패션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이커머스기업도 늘었다. 식료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컬리가 뷰티 전문 플랫폼인 뷰티컬리를 출시하고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를 첫 모델로 발탁해 대대적인 연말 마케팅에 돌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뷰티 분야는 구매 주기가 짧은 데다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높은 품목이기 때문에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무신사도 올해 뷰티 전문관에 입점한 브랜드가 1200여 개로 지난해보다 71% 늘었고, 에이블리도 뷰티 부문 단독 상품을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전통 유통강자들이 뛰어든 이커머스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배송과 물류 사업을 중단하거나 정책을 축소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4월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SSG닷컴도 내년부터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것으로 정책을 재편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 충청권 새벽배송이 운영될 예정이다. 수도권 외 지역은 이마트 매장의 PP센터로 집중한다는 방침인 것인데, 이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중소형 PP센터 15개를 축소했다. 4분기에도 추가로 3개를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내년부터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배송을 시행한다. [SSG닷컴 제공]

4분기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대행 국내 1위 플랫폼인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매각조차도 어렵게 되자 법정관리를 추진했다.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11번가도 매각설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 8분기째 적자가 이어지고 투자 심리마저 위축돼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인사다. 이커머스 기업과 경쟁을 벌였던 전통의 유통 강자들은 더이상 외부 인재 수혈이 아닌, 내부 사업 상황에 정통한 인사를 믿고 안정에 무게를 싣는 경영진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등 모든 사업부를 두루 경험해 실적 성장을 이끈 공채 출신 이정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CJ올리브영은 ‘상품기획(MD) 통’으로 꼽히는 내부 출신 이선정 영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매달 월 거래량을 내부 공지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던 들뜬 분위기가 사라졌다”라며 “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이 불러온 전략 선회는 아무래도 대내외 경영 환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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