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속 글로벌 조직 강화 활로
이규복(왼쪽부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성형 SK㈜ 사장, 차동석 LG화학 사장, 이태형 ㈜GS 부사장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2023년도 재계 주요 그룹들의 인사 트렌드를 분석해 보면 각종 유동성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재무 전문가’(재무통)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두드러진다.
위기 속에서 변화를 최소화하고 안정을 중시하면서도 글로벌 조직을 대폭 강화한 점도 특징이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글로벌 M&A(인수합병) 등 해외 시장에서의 승부수를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규복 현대자동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 겸 차세대ERP혁신센터장(전무)을 현대글로비스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유럽 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했다. 최근에는 그룹의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프로세스 전반의 혁신을 담당해 왔다.
SK그룹 인사에서도 재무통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투자전문회사는 SK㈜는 지난 1일 이성형 CFO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FO 역할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재무관리뿐 아니라 사업 시너지 제고 등 종합적 관점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LG화학의 경우 사장으로 승진한 차동석 CFO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차 사장은 회계·금융·세무·경영진단 등 재경 전문가로, 포트폴리오 재편 및 대내외 경영환경 리스크에 대한 위기대응 역량을 인정받아 이번에 승진했다. LG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연임한 것도 주목된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그룹 경영진이 판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S그룹도 ㈜GS의 이태형 재무팀장(CFO)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등 향후 리스크 요인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역할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각 그룹들이 위기 상황 속에서 글로벌 조직을 대폭 강화한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글로벌전략조직’(GSO·Global Strategy Office)을 신설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보다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협의체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도 각 멤버사들의 글로벌 사업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전략위원회를 전략·글로벌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또한 유정준 SK E&S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미국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패스키(PassKey)’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면서 그룹의 북미 대외협력총괄 역할을 맡게 됐다. 유 부회장은 SK그룹 내 미국 핵심 투자사업 등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불확실성 및 지정학적 이슈 대응을 위해 미래전략 산하 ‘글로벌전략’을 신설한다. 또한 글로벌 생산시설 전개와 지역별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오퍼레이션 TF(태스크포스)팀을 CEO 산하에 구성키로 했다.
올해 인사의 또다른 특징으로 부회장 승진자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2일 현재까지 주요 그룹의 부회장 승진자는 0명으로 지난해 그룹마다 부회장 승진자가 1~2명 이상 나온 것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인사 발표를 앞둔 삼성그룹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오너가 4세들이 잇따라 승진하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GS그룹은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와 허진홍 GS건설 투자개발사업그룹장은 신규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LX그룹에서는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싱크탱크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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