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내년 반도체 시장은 보릿고개?”
내년 메모리반도체시장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 우려 역시 한층 거세지는 모양새다.
1일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은 내년에 각각 89조원, 36조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삼성전자는 100조원, SK하이닉스는 45조원가량 관련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내년에 올해보다 10조원씩 매출이 각각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시장 악화가 올해 4분기까지 지속되고 있고 재고 수준도 예상치를 초과할 정도”라며 “내년 2분기까지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 3분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가격 감소 영향으로 시장 자체는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반도체시장이 성장하지만 성장률이 낮을 것이란 기존 전망을 뒤집고 아예 시장이 성장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반도체 관련 시장조사업체들은 최근 일제히 내년 반도체시장의 역성장을 관측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역성장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매출이 사상 처음 5000억달러를 넘긴 이후 2019년엔 12% 줄어들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반도체 특수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속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매출도 계속해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소비심리가 하락하면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능가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매출 규모가 4960억달러(644조3000억원)로, 올해(6180억달러)보다 3.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에 내놓은 전망치(6231억달러)보다 무려 20.4%가량 하향조정한 것이다. 가트너는 대외경제 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올해 본격화한 업황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시장이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역시 내년 반도체시장 매출을 5565억6800만달러(약 723조원)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5801억2600만달러)보다 4.1% 감소한 수준이다. WSTS는 지난 8월 내년 반도체시장이 매출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개월 만에 역성장으로 입장을 바꿨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 시장 수요가 약화한 영향이란 평가다. 메모리반도체산업 부진이 다른 분야보다 심할 것으로 관측했다. WSTS는 메모리산업 매출이 올해 12.6% 감소한 뒤 내년에도 17%가량 하락할 것으로 봤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6042억달러(810조8000억원)로 전망된다. 올해 매출 전망치 6360억달러보다 5% 역성장하게 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시장의 불황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IC인사이츠는 주요 반도체 제품 범주를 4가지로 구분해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같은 로직 부문 반도체, 반도체 광소자 등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성장했지만 메모리반도체 부문만 17% 역성장했다고 집계했다.
IC인사이츠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컴퓨터·스마트폰 수요 부진, 반도체 칩 재고 증가, 메모리시장 약세 등 하반기 반도체 판매를 저해했던 악조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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