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경기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릴루미노’ 기술을 체험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혼합현실(XR) 헤드셋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실상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과 중국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XR 기기 시장이 향후 2년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시중에 국내 제품은 전무하다. 최적화된 메타버스 기기와 솔루션 공략을 선언한 삼성전자도 최근 관련 제품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어 본격적인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KB증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XR 헤드셋 시장이 본격 확장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업종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XR 기기는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고용량 D램 ▷3D 센싱모듈 ▷실리콘 기반의 OLED (OLEDos) 패널 등이 탑재된다. 삼성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가 최선호주로 꼽힌다. LG이노텍 3D 센싱모듈 매출은 2025년 7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 [메타 제공] |
XR 기기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로 유력하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00만대 규모로 집계된 XR 헤드셋 시장은 2024년 5700만대로, 약 3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5년에는 1억1000만대, 2030년 10억대에 근접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12억대)와 유사해질 전망이다. 최근 안경 형태의 AR 글래스가 줄줄이 상용화되며 대중화 국면도 임박했다.
그러나 시중 판매되는 XR 기기 중 한국 제품은 전무하다. 올 2분기 기준 XR 헤드셋 시장 점유율 1위는 미국 메타(66%), 2위 중국 ‘피코(PICO)’(11%), 3위 중국 ‘DPVR’이다. 소비자용 AR 기기 시장에서는 중국 AR글래스 업체 ‘엔리얼’이 무려 75%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AR글래스 업체 '엔리얼(Nreal)' AR글래스 '엔리얼 에어'. 김민지 기자 |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XR 기기 출시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메타버스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지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저시력자 보조 기술이 적용된 VR 기기 ‘릴루미노’가 상용화될 거란 의견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릴루미노 글래스2(모델명 REL-G02)’에 대한 적합성 평가 적합등록 절차를 마쳤다. 앞서 2020년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경기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릴루미노’ 기술을 직접 체험한 바 있다.
과거 IT팁스터 '워킹캣'이 공개한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 글라스 ‘삼성글라스 라이트’ 추정 제품. [트위터] |
최근 MS와 협업해 새로운 AR 헤드셋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XR 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과 장치에 대한 특허를 지난 2020년 출원하고 올해 초 공개했다. 이미지 투사 기술, 확장 현실 서비스에서의 통신 기술 등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내년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3’에 CES 최초로 메타버스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소니, 아마존 등이 차세대 XR 제품을 대거 공개한다.
상반기엔 애플이 XR 기기 시장에 참전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AR·VR 헤드셋 개발을 완료했다. 소니 마이크로 OLED와 헤드셋 외부용 LG디스플레이 일반 OLED, LG이노텍 ToF(비행거리측정) 모듈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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