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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최재림의 ‘재림’이 빛나는 이유
‘하데스타운’부터 ‘마틸다’까지 매작품 완전히 다른 캐릭터 연기
장르 넘나드는 월등한 노래 실력
한예종 연극원 출신 탄탄한 연기
캐릭터 넘어 역사·배경까지 이해
도전으로 자신의 길 만드는 배우
뮤지컬 ‘마틸다’에서 연기한 트런치불. [신시컴퍼니 제공]

188㎝의 건장한 여자 교장 선생님 트런치불.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선 강탈’이다. 한 올도 빠짐없이 빗어넘긴 머리카락, ‘업신여김’이 가득 채워진 눈빛, 미간을 가려 버린 갈매기 눈썹에 얼굴 한가운데서 존재감을 발하는 커다란 점까지.... 뒤틀린 성격으로 아이들을 휘어잡는 교장 선생님은 커튼콜 때에도 세계관을 잃지 않는다. 관객들을 내려다보며 고객만 ‘까딱’. 그 모습에 객석은 어김없이 박장대소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은 현시점 자신의 ‘최전성기’를 살고 있다. 각기 다른 작품,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일 년 내내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객석을 지하세계로 이끄는 ‘해설자’(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 ‘자기애 만렙’의 세익스피어 ( ‘썸씽로튼’), 사랑에 운명을 맡긴 이집트 장군 ( ‘아이다’의 라다메스), 행복을 주는 드래그퀸 롤라( ‘킹키부츠’), 괴팍한 교장 선생님( ‘마틸타’의 트런치불). 올 한 해만 해도 다섯 편. 배우 최재림은 분신술에 능하다. 어느 하나 비슷한 역할도, 예측 가능한 연기도 없다. 작품마다 가면을 쓴 것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요즘 최재림은 ‘한국에서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로 꼽힌다. 데뷔 13년차, 최재림은 그간 다양하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뮤지컬은 음악이 중심이 된 장르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따라오는 첫 번째 덕목은 단연 노래다. ‘렌트’, ‘아이다’, ‘마틸다’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한 뮤지컬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최재림에 대해 “수많은 장르를 커버할 수 있는 월등한 노래 실력을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사실 뮤지컬 업계에서 연기 변신, 창법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상당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예측 가능한 연기와 노래를 들려줄 때, 최재림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이어온 끊임없는 자기 발전의 결과다.

2009년 ‘렌트’로 데뷔한 최재림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한 관계자는 “뮤지컬은 노래가 중요한 무대이지만, 활동하던 중 노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연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 이후 외부활동은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최재림은 연기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에서 맡은 미스 트런치불은 무대 위에서 멋있어 보여야 하는 남자 배우들이 선호할 만한 역할은 아니다. 최재림은 지난 2017년 오디션을 통해 ‘마틸다’ 초연에 합류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기괴함, 독특하고 괴팍한 성격의 트런치불을 소화한 이후 ‘킹키부츠’에서 여장남자 롤라 역도 맡으며 연기 영역을 확장했다. 최재림의 경우 “키가 상당히 크다는 신체적 특징”은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로서도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 최재림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작품에 대해 A부터 Z까지 공부하는 철저한 ‘준비성’도 갖췄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의 배우들은 작품을 할 때 자기 캐릭터만 숙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재림은 작품의 역사와 배경 등 기본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 다른 배우들보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왕성한 활동과 꾸준한 노력의 결실은 지난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공연계를 넘어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했다. 지난해 뮤지컬 ‘시카고’에서 빌리 플린 역할을 맡은 최재림은 난데없이 SNS 스타로 떠올랐다. 소녀시대 티파니와 호흡을 맞춘 ‘시카고’ 연습 공개 장면 때문이었다. 최재림이 보여준 완벽한 복화술이 MZ세대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제작사 관계자는 “복화술 때문에 밈까지 만들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시카고’의 인기를 견인한 주역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연기와 노래, 양쪽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서 하나의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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