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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는 돈으로 대출하라니”…은행권 유동성 딜레마 ‘여전’
은행채 발행, 수신금리 인상 막혔지만
회사채 경색에 기업대출 수요 증가
유동성 지원은 꾸준히 요구
예대율 완화 등 조치 시행에도
“자금 조달 방안 필요해” 요구 계속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정부가 28일 자금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 8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이 가능토록 풀어줬다. 연말·연초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이 공적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당부하며 숨통을 트여준 것이다. 은행들이 돈을 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꽁꽁 묶었던 은행채 발행 재개 시기도 검토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들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 시중에 돈이 말라 돈을 풀어야 하는데, 조달 비용에 맞춰 대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가계빚(가계신용)이 1870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이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일제히 5%를 넘겼던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했다.

기업대출 한달 새 13.7조 늘었는데…8.5조 풀어선 역부족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신금리는 지난 24일 한국은행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 이후에 오히려 하락했다.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이 제2금융권 시장의 유동성을 모조리 빨아들인다는 지적에 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 당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수신금리는 변동금리와 연동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상시 대출 금리도 밀어올린다.

전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함께 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역시 골자는 은행권으로 모이는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앞서 당국은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도 자제할 것을 권한 바 있다. 단기채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상황에서 은행채로 수요가 몰려들 경우,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돈이 흐르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KB국민은행의 1400억원 발행이 마지막으로, 5대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9월 26일 1300억원의 순발행 이후 실적이 없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현수막.[연합]

은행의 입장에선 자금조달 통로는 좁아졌는데, 돈이 나갈 곳은 늘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역할을 당부하면서 기업 대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약 1169조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이 불어나, 2009년 6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정부가 예대율 규제를 추가 완화해 총 8조5000억원의 신규 자금 공급이 가능토록 했지만, 이 정도론 역부족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뚜렷한 자금 조달 대책 없이 은행에 유동성 공급만을 압박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안정적으로 보이는 건전성 지표들에도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율 완화로 ‘급한 불’ 껐지만…“구체적 계획안 필요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은행채 발행 재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시장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은행채 발행 방법을 고민하겠다”며 “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돈을 쓰는 데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더 구체적 자금조달안이 빠르게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 조달과 대출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건전성 관리의 첫 번째”라며 “단순히 건전성 지표 기준만을 완화하고 자금 조달 방안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는 상황은 은행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금시장 경색이 심각한 상황에서, 예대율 완화 등 규제 유연화를 통해 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한 것은 원론적으로 적절한 조치”라면서도 “추가로 유연화 기간이나 은행채 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모호한 메시지로 인한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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