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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최초 커피 시연’ 눈길… 인천 대불호텔 서비스 제공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개항커피’ 시연·시음회서 설명
경성 정동 손탁호텔, 최초 제공 잘못 전해져
최 소장, “향후 ‘개항커피’ 체험 프로그램·커피축제 등 행사 확대할 계획”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비스 커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1885년 4월 5일 오후 3시 미국의 감리회선교사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1858~1902)가 동인천에 도착한다. 삼판선으로 갈아타고 제물포에서 내린 아펜젤러는 대불호텔에서 여장을 푼다.

아펜젤러가 머문 대불호텔이 일본의 호리 리키타로(掘力太郎)가 동인천 제물포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이다.

아펜젤러는 대불호텔에서 제공된 서양요리로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신다. 당시 정확하게 커피라고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서비스 커피(serviced coffee)를 마신 기록이 있다. 대불호텔에서 제공한 서비스 커피가 1902년 정동에서 문을 연 손탁호텔보다 17년 앞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손탁호텔에서 제공한 커피가 우리나라 최초로 전해지고 있다.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 한 고종이 마신 커피를 최초로 여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비스 커피를 재현을 통해 알리는 행사가 인천시 중구 소재 대불호텔(중구생활사전시관 2층)에서 열렸다. 말 그대로 ‘조선 최초 개항커피 시연·시음회’이다. 기존에 잘못 알려진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이 행사가 마련됐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이 개항커피 시연·시음회 진행을 맡았다. 최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최초 서비스 커피인 ‘개항커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바커피 시연에는 구대회 대표가 나섰다. EBS 클래스e에서 10차례 커피 강의로 잘 알려진 신세대 커피전문가다.

최석호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제공된 대불호텔 서비스 커피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재배한 아라비카종 커피”라며 “바로 이 커피가 대불호텔로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개항커피 시연시음회 포스터

최 소장은 조선 최초의 서비스 커피 시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19세기 중반 조선으로 밀입국한 천주교 신부가 홍콩, 마카오, 상해 등지로부터 전달 받은 것이 조선커피사 최초를 장식한다.

이어 1883년 영국 공사 일행인 칼스가 묄렌도르프의 집에서 마신 커피, 고종의 초정으로 조선을 다녀간 퍼시빌 로웰이 1884년 1월 김홍집의 한강변 별장에세 대접받은 커피, 1889년 봄 언더우드와 결혼한 호튼 여사가 장거리 신혼여행 겸 선교여행길에 지방 관리에게 제공한 커피 등 관련 기록에 커피가 등장한다.

조선에 전래된 커피는 외교사절, 군인, 교육가, 여행가, 상인, 선교사 등 외국인과 조선 상류층 일부에서 개인적으로 마신 것이다.

그렇다면 호텔 또는 커피하우스에서 판매한 서비스 커피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을까. 최초로 서비스 커피를 마신 것은 언제, 어디서일까.

흔히 말하기를 아관파천 뒤 러시아공사관에서 고종이 마셨다는 커피가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또 근대호텔의 효시로 알려진 손탁호텔과 이 곳 서양식 음식점에서 커피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모두 잘못된 정보로 보고 있다.

근대호텔의 시작은 한양(서울) 정동이 아니라 1884년 인천 제물포다. 이순우가 집필한 ‘손탁호텔’에는 여러 문헌을 근거로 인천 대불호텔이 1884년 4월 무렵, 이어 스튜어트호텔, 꼬레 호텔이 1886년 쯤 문을 열었다고 기록돼 있다.

대불호텔 주인 일본인 호리 리키타로는 미국 군함의 선상 요리사 경력이 있고 스튜어트호텔의 중국인 이태는 미국 군함 모노카시호의 승무원이자 요리사로 근무했으며 또한 초대 미국공사관의 집사 겸 요리사 경력도 있다. 따라서 1880년대 제물포에 개업한 호텔 3곳은 서양식 요리 서비스가 가능했다.

1885년 4월 5일 제물포에 도착한 아펜젤러는 대불호텔에서 ‘서양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제물포로 들어오는 선박에 각종 물품을 공급하던 주인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잘 준비된 서양식 요리라면 와인과 커피가 제공됐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바커피 시연을 하고 있는 구대회 커피전문가.

근대호텔의 시작도 손탁호텔이 아니라 대불호텔이지만, 서비스 커피의 시작 역시 손탁호텔이 아니라 아펜젤러가 대불호텔에서 마신 커피다. 따라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비스 커피 역사는 1902년이 아니라 1885년에 이미 시작했다.

당시 제공된 커피는 어디에서 생산되는 어떤 커피이며 어떤 경로로 들여왔을까. 부산과 제물포 등 1880년대 개항도시는 미국과 유럽으로 오가는 원양항로, 일본의 요코하마 시모노세키 나가사키, 청나라 상해 홍콩 마카오 등 동아시아 여러 개항도시를 오가는 정기 기선항로가 개설돼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정기항로를 통해 우편, 무역, 이주, 여행 등을 할 수 있었다. 1880년대 조선에 들어온 커피는 정기노선을 운항하는 배를 통해 들어왔다.

그럼, 어디에서 생산된 커피일까. 먼저 1896년 9월 15일자 독립신문 실린 최초의 커피광고를 보면, 독일 상인 고샬키가 정동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 광고가 실려 있다. 여기에 새로 로스팅한(newly roasted) 모카커피와 자바커피를 판매 한다는 내용이 있다. 1884년 대불호텔이 개업할 때 고샬키 혹은 다른 상인을 통해 커피 생두를 수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된 생두는 아라비카종 자바커피로 당시 조선에 들여온 생두는 배로 운송했다. 운송거리와 비용, 운송기간과 생두의 보관성 등을 고려할 때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 장거리 무역보다는 동남아시아의 커피를 들여왔을 것이다.

1880년대 제물포에 수입된 커피가 자바커피라면 커피종은 아라비카종이다. 1699년부터 커피열매를 생산한 자바 섬의 커피나무는 아라비아에서 옮겨 심은 아라비카종이다. 1869년 스리랑카에서 시작된 커피녹병이 자바 섬에 전파된 것은 1888년이고 이후 10여년에 걸쳐 녹병에 내성이 있는 로부스타종으로 교체됐다. 1880년대 대불호텔에서 제공한 커피는 커피녹병이 퍼지기 전이다. 따라서 아라비카종이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최 소장은 “이번 ‘개항커피’ 재현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비스 커피 제공에 대한 인식을 바로 알았으면 한다”며 “개항커피 시음·시연회는 팸투어도 함께 진행한다. 향후 개항커피 체험 프로그램, 커피축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현재 인천시 중구 경도에 위치한 ‘개항도시’를 운영하고 있다. 개항도시는 커피숍과 서점, 청자 갤러리 등 3가지 주제를 갖고 ‘마을’ 형태로 꾸몄다.

▷커피마을은 스위스커피협회 공인커피를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책마을은 도서를 기획 진열하고 ▷청자마을은 강진 동인요와 이천 송월요에서 만든 생활청자와 청자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최 소장은 한국여가문화사 100년을 다룬 ‘한국사회와 한국여가’를 쓴 여가전문가이고 ‘골목길 역사산책’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관광전문가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레저경영전문연구소 원장을 역임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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