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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약방의 ‘감초(甘草)’도 이제는 국산으로

‘약방에 감초’, 감초라는 식물의 쓰임새가 얼마나 다양하고 중요한지를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속담이 아닐까 싶다. ‘감초(甘草)’는 국민 모두에게 친숙하고, 누구나 아는 유명한 한약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감초의 대부분은 외국산이고, 원산지인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무분별한 채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막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초의 국내 소비량은 연간 9000~1만t으로 추정되나 세계적으로는 추정조차 어려울 만큼 폭넓게 쓰이고 있다. 의약품 이외에도 식품,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되는 감초는 국내 수급률이 10% 내외에 불과하여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약전에 등재된 세 가지 감초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각종 생리장해와 병이 발생하고, 성분 함량이 약전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약방에 감초’라는 말을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새로운 품종이 내년 2월 대한민국약전에 추가 등재를 앞둔 덕분이다. 이는 감초를 사용해온 우리나라 600여년 역사의 오랜 숙제를 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하여 이번에 약전에 등재되는 감초 품종은 ‘만주감초’와 ‘광과감초’라는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해 만든 ‘원감’이다. ‘원감’은 기존 등재된 품종의 문제점이었던 재배시 쓰러짐과 병해충에 약한 문제, 수량성이 낮은 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였고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작용,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 등도 기존 감초와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더욱이 이번에 등재되는 ‘원감’은 항알레르기, 골관절염 개선, 대장염과 췌장염 억제, 폐 보호 등 기존 감초 종에서는 알려진 바 없는 효능까지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감’ 품종의 약전 등재 사례는 세계 최초로 종간교잡 감초 품종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통해 국내 감초 산업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육종을 통해 개발한 감초 품종의 대한민국약전 등재는 일차적으로는 감초의 국내 재배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연구 소재로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나아가 다른 약용작물에서도 소재화, 품종 개량 연구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용작물의 가치와 시장성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국내법 시행으로 제약, 화장품, 식품 등 바이오산업계는 품질이 우수한 국내산 원료의 활용과 안정적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번 감초 품종의 사례가 국내 약용작물 산업 발전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우수한 약용작물이 널리 재배되고 세계화되는 날을 기대한다.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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