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지인 인력 유치도 적극적…세금 혜택도 신경
지난 8월 삼성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부지 모습.[테일러시 정부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한지 1년이 됐다. 이런 가운데 해당 부지 신축 공장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라인이 세워질 계획이어서 글로벌 첨단 칩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인근 부지에 삼성이 약 260조원을 들여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 역시 거론되는 가운데, 삼성이 TSMC와 파운드리 사업을 두고 패권 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4일 최첨단 반도체 공장 부지로 확정된 미국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 5나노 라인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의 5나노 투자는 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칩 등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연 삼성의 ‘파운드리포럼 2022’를 통해 테일러시에서의 5나노 투자 등이 공개된 바 있다.
삼성의 파운드리는 이달 신축 부지 내 건물 공사를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제이콥스 엔지니어링은 삼성 테일러 공장 부지에 5개 건물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완공 목표다. 생산시설부터 반도체 생산을 위한 가스와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가스화학시스템(GCS) 건물, 사무 공간 등을 건설한다. 해당 공사에는 총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은 ▷80만 제곱피트 규모 3층 짜리 제조·기술 지원 시설(9억5000만달러) ▷120만 평방피트 규모 3층 짜리 제조 공장(3억 달러) ▷44억3000 평방피트 규모 2층 짜리 GCS 시설(3억8500만달러) ▷35만 제곱피트 규모 6층 짜리 사무동(1억5000만달러) ▷30만 제곱피트 규모 6층 짜리 주차 타워(1500만달러) 등으로 구성된다.
삼성은 공장 착공과 더불어 현지 인력 유치를 위한 활동 역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지인 대규모 채용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투자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해 여름에는 반도체 관련 경험을 쌓고자 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오리엔테이션 채용 프로그램(CORP)과 유급 여름 인턴십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이 200명 이상의 CORP 엔지니어를 고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삼성은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립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주정부를 대상으로 세금 헤택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주는 세금 혜택 프로그램인 챕터313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텍사스에 위치한 대학 학군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10년 간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에 삼성이 텍사스주 내에서 새롭게 챕터 313 인센티브를 신청한 지역은 테일러 독립교육구(ISD)와 매너 ISD다. 각각 테일러 신축 공장 부지, 기존 오스틴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챕터313 프로그램의 유효 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올해가 지나면 더이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 안에 투자 계획을 발표해야 최대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외에도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도 텍사스주에 챕터313 인센티브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NXP는 지난 5월 제출한 서류에 “텍사스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TI도 “향후 25년 간 칩 제조 서비스와 관련해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도 20년간 테일러 신공장 9곳에 1676억달러(약 227조원)를, 오스틴 신공장 2곳에 245억달러(약 33조2000억원)를 각각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 1921억달러(약 260조원)의 투자금을 들여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관련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은 맞지만, 텍사스에 20년 간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테일러시 공장 준공을 통해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본격 양산하면서,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를 줄일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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