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저자 TSMC CEO의 모습. [TSMC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TSMC가 미국 반도체산업지원법(CHIPS·칩스법) 보조금에 대해 사실상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집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본토 내 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TSMC와 삼성간의 보조금 수혜를 두고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미국 상무부가 칩스법 시행과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는 데 따른 답변서에서 “미국 기술 회사들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TSMC의 반도체 단지에서 제조된 칩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TSMC의 팹21은 완공이 되면 미국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최첨단 시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칩스법 관련 기관은) 최첨단 고성능 컴퓨팅 실리콘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앞으로의 핵심 목표로 둬야 한다”며 “우리는 칩스법 프로그램 담당 기관이 긴 기간 성공적으로 로직 반도체 구성과 연구개발(R&D)을 제공하면서도, 큰 규모의 인원을 보유한 보조금 신청자(회사)에게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제공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TSMC가 칩스법 통과에 따른 보조금 수혜를 가장 크게 누려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상무부에 전한 것이다.
TSMC 애리조나 팹 공장 공사모습 [TSMC 관련 유튜브 캡처] |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 내 직원 모습. |
이와 관련해 아직 삼성전자의 답변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삼성 역시 보조금 수혜를 자사에 우선해 달라고 의사를 피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상무부가 칩스 법 통과 이전에 미국 본토 내 반도체 산업 지원 방식을 문의하자, 삼성전자는 “미국 칩스법 프로그램의 계획과 설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상무부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파트너십을 기대한다”며 미국 정부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의 의견을 청취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
또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재건을 선언한 미국 기업 인텔이 “정부는 해외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 위주로 재정 지원을 할 필요 있다”는 취지의 요구를 하자, 삼성전자는 “(미국인지 타국인지) 국가를 따지지 말고, 미국에 미치는 경제 효과를 고려해 공평하게 지원하라”는 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공식 제출하기도 했다. 또 “반도체 프로젝트 제안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으로 인해 미국에 미칠 경제적 영향”이라며 “이 점이 보조금 제공 판단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당 기업의 프로젝트에 의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미국에 창출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착공에 들어간 미국 테일러시 공장 가동시 2000개 이상의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외 시설 건설 등과 관련해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점을 언급했다.
업계에선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 3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정부에 대한 보조금 수혜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9일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새 공장은 2020년 5월 건설을 발표한 TSMC의 피닉스 공장 인근에 지어질 예정이며, 투자규모는 2년 전과 비슷한 120억달러(약 16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21일(현지시간) 모리스 창 TSMC 전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뒤, 대만에서 기자들과 만나 “3나노미터 칩 제조공장은 5나노미터 칩 공장과 같은 애리조나에 위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말 준공 예정인 피닉스 1공장은 5나노 칩, 2공장은 3나노칩을 위해 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뿐 아니라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의 수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칩스법에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달러(약 52조원),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달러(약 15조원),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 20억 달러 등 520억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대한 25%의 투자세 공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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