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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주력 반도체·철강 등 리스크 지속...IRA 불확실성 확대
美 선거결과 후…경제정책 기조변화 촉각
‘反중국·메이드 인 아메리카’ 통상기조 유지
“재무부 하위규정 통해 유예기간 확보 효율적”
“북미 최종 조립규정 이용...캐나다공장 설립도”
“美동맹국 역할 강조...주지사 지원 등 끌어내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탈환에 성공했지만 반도체·철강 등 한국산업의 주력 품목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시각이다. 사진은 국내 한 반도체 제조라인.

미국 중간선거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반대해오던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탈환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 주력 품목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화당도 반(反) 중국 노선과 ‘아메리카 퍼스트’로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해온 기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 기조는 이어지면서 우리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해왔던 반도체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IRA개정을 시도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수정이 가해질 여지가 좁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가능하면 미 재무부 하위규정을 통해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IRA에 명시된 북미지역 최종 조립 규정을 최대 활용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묘책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관련부처는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인한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RA,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관세 등에 대한 방향 전환이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중간선거가 끝난 만큼 세부 시행 규정을 마련 중인 재무부가 완화된 규칙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지난달 독일 BMW 전기차 투자를 유치한 자리에서 IRA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간선거 이후 IRA의 전기차 원산지 규정이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상 분야별 면제또는 특정 면제 등의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일찍부터 IRA 입법에 반대하며 개정을 거론해온 만큼 변화를 기대해볼수는 있지만, 미국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변수가 많아 전면 개편이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끈 직전 공화당 행정부가 지금보다 더강경한 ‘아메리카 퍼스트’기조를 내세웠던 만큼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메이드인 아메리카’ 자체를 문제삼을 이유는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전·현 정부 모두 중국 경제의 급부상을 견제함으로써 미국 제조업 되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IRA 전기차 관련 규정을 획기적으로 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IRA 전기차 조항이 저절로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기보다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에 힘을 보태는 동맹국 역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우리기업들의 투자 대상인 주정부와 해당 지역 의원들과 접촉해 이들의 지원사격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철강관세 개선 여부도 관심사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과 유럽에 대해서는 완화해준 상태다. 이로인해 우리 정부는 줄곧 미 정부에 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의 개선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우리는 2018년 철강 관세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200만t대로 대폭 축소됐다. 쿼터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기 호황으로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더라도 일정 물량 이상의 제품을 수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과 EU,일본의 합의로 관세가 사라진 EU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수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 중간선거결과로 인한 한미 통상구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민주당이 재정으로 산업지원한 것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IRA 개정은 안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통상전문가는 “선거결과이후 미국의 반(反) 중국 공세와 수출통제는 더욱 더 강화될 것”이라며 “IRA의 경우, 공화당이 개정을 시도할 수 있는데 상원은 민주당 다수가 되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IRA에 포힘된 의료, 기후변화 등 일부만 수정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가능하면 재무부 하위규정을 통해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 정부와 정치계에 우리나라가 동맹국으로 대(對)러시아 수출통제와 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점을 강조해야한다”면서 “또는 IRA에 명시된 북미지역 최종 조립 규정을 최대 활용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에 타격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승헌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은 “공화당 입장에서 법안의 수정·폐기는 상·하원을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어떤 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든 우리 정부로서는 법 개정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홍태화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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