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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겨우 이겨냈는데”...고물가·고금리에 자영업자 한숨 [자금경색, 실물경제 위협]
다시 드리우는 ‘위기의 검은 그림자’
원자재가격 올라도 제품가 올리기 어려워
금리인상에 코로나때 받은 대출이자 부담
인력난에 고객마저 지갑 닫을까 전전긍긍
연일 물가가 치솟은데다가 금리까지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코로나 3년을 겨우 버텨냈던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모처럼 웃음을 찾았지만 시중의 자금이 마르면서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자영업자들에게 다시 ‘폐업 위기’라는 검은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박해묵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녁 손님이 좀 느는가 싶었더니 다시 한두 테이블로 줄었네요. 코로나 시기에 대출로 겨우 버텼는데 다시 손님이 줄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최모(64)씨는 지난 8일 저녁 식당 홀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가게가 오피스 상권 한 가운데 있어 손님이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 최근들어 다시 저녁 손님들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최씨는 “아무래도 가격이 올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며 “밀가루, 식용류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으면 대출 이자 감당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일 물가가 치솟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폭등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때 가게 운영 유지를 위해 받았던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자 부담에 모처럼 열렸던 고객들의 지갑이 닫히는 것도 걱정이다.

9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모처럼 웃음을 찾았던 자영업자들에게 다시 ‘폐업 위기’라는 검은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우선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은 물가다. 밀, 대두, 사탕수수 등 전 세계적인 원물 가격인상이 올 하반기 가공식품까지 전이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자 손님들이 발길이 뜸해졌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13.1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5월(상승률 10.2%)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년째 서울 신촌에서 경양식집을 운영 중인 이모(45)씨는 “치즈가 1만9500원에서 2만7500원, 베이컨이 1만2000원에서 1만8000원, 식용류가 2만5000원에서 6만9000원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납품업체에서 주는 영수증을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모(67) 씨도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올랐는데 음식 가격은 5년 전보다 딱 1000원 올린 게 전부”라며 “그런데도 손님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보니까 단골을 제외하고는 손님도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금리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버티기 위해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많았는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연초 대비 배 이상 늘면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여기에 시중 유동성 축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대출이 없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200만원이었던 이자 비용이 400만원이 되면 정말 심각해진다”며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소비 심리까지 악화되면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종별로 보면 제과 쪽 상인들이 많이 어려워들 하는 것 같다”며 “부동산 중개 사업자들도 시중 자금이 경색되니까 매매가 너무 없어 엄청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역시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젊은 희생자들의 죽음에 국가적으로 슬픔에 빠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부는 외출을 자제하기도 한다.

지난 8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갈수록 태산’이라는 글을 쓴 익명의 자영업자는 “지난 주부터 주문이 가라앉길래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때문인가 했는데 이번 주 들어서도 계속 하향 추세”라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지난달 대비 20% 줄어 어디가 바닥일 지 가늠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민상헌 외식업민생비상연대 회장도 “이번에 이태원 참사 터지고 나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처럼 모이는 문화가 다시 사라지는 모양새”라며 “아무래도 모이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음식점들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추나 파 같은 채소들은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공산품은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질 않는다”며 “주방 아주머니 월급을 4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안구해질 만큼 인력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신소연·신주희·김영철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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