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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국생명 ‘콜옵션’...채권시장 숨통 트이나
외화유동성 위기에 입장 번복
은행권 RP발행 자금조달 추진
전문가 “깨진 신뢰회복 어렵다”
환율 흐름 안정세도 시기상조

외화채권시장에서의 한국계 외화채권(KP)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던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기로 입장을 번복하면서 시장 불안이 진정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흥국생명이 기존 관행를 깨고 콜옵션 미행사 방침을 밝혔었던 만큼 채권시장에서 한 번 깨진 신뢰가 단기간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9일)을 이틀 앞둔 전날(7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주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조기상환 자금 마련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흥국생명의 입장변화는 지난 1일 콜옵션을 미행사하겠다고 밝힌 뒤 외화유동성 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미행사 발표 이후 해당 채권 거래가격은 30% 가까이 급락했다. 그동안 한국물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행사가 암묵적인 관행이었던 터라 시장에선 이달 상환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미이행 발표에 가격이 요동친 것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당장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올해 204억3929만달러 보다 약 22% 증가한 249억220만달러(약 35조3000억원)에 달한다. KP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 하락이 지속되면 채권 발행 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선 흥국생명의 불러온 시장의 불안이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흥국생명도 이날 콜옵션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은 주식과 다르게 시장 신뢰로 만들어지는 자산인데 그걸 어겼다는 게 가장 큰 이슈”라며 “달러화 조달이 정말 어려운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이 확대된 상황이고 이번 RP 매입으로 차입한다고 해도 이미 망가진 시장의 심리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콜옵션 미이행 계획을 철회했다고 해서 그 리스크가 없어진 건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안 한 것 보단 낫지만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안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400원선을 하회하는 등 안정세를 보인 점도 외화유동성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통상 환율이 하락 시 기업들은 외화채권을 상환하거나 발행하는 데 부담이 낮아져 유동성 흐름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흐름 역시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한미 금리 역전상황이 커졌고, 미 연준의 긴축이 당장 끝날 이슈가 아니다”라며 “최종 금리 상향이나 추세적 방향성이 달라진 건 없기 때문에 환율이 1300원대 진입했다 해서 외환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도 “미국 채권 금리와 달러화 강세가 보통 같은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미국 채권금리 상승세가 아직 안 끝났고 달러화 강세도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는 가야 이런 흐름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훈·권제인 기자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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