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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미술로 재발견 하는 강릉 이야기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제 1회 강릉아트페스티벌
11월 4일~12월 4일까지 한 달 간
강릉 시내 곳곳에 전시 및 퍼포먼스 열려
일제시대 지어진 노암터널이 산책로가 되기까지 근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홍승혜 작가는 100미터 남짓한 터널에서 시간의 흔적을 찾는다. 서치라이트, 2022, 작품 테스트 중인 모습 [사진=파마리서치문화재단]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이제는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 강릉의 숨은 명소로 유명한 노암터널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동지방을 이어주던 무궁화호가 다녔으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 KTX 철로 공사를 하며 기존 지상에 있던 강릉 시내 철로를 지하화 하고 원래 있던 철길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강릉 입암동에서 시작해 중앙시장 월화거리까지 이어지는 노암터널은 트레킹 코스인 강릉바우길의 일부이자, 지역민들이 좋아하는 산책로다.

방치된 터널은 관광지가 되었고 백년 가까운 시간이 흔적으로만 남았다. 홍승혜 작가는 총 길이 100미터 남짓한 이 터널에 ‘서치라이트’를 비춘다. 원형과 타원을 오가는 도형 애니메이션이 투사되며 마치 조명처럼 터널 벽을 쓰다듬는다. 천천히 움직이는 도형은 관객의 발길을 붙잡고 공간에 집중하게 이끈다. 인스타그램 포토스팟으로 향하던 급한 발걸음이 잠시 느려지며, 식민지였던, 전쟁의 한 복판이었던, 산업화의 증거물이었던 노암터널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문향과 예향의 고장, 강릉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미술로 탐구하는 아트페스티벌이 열린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사장 박필현)은 제 1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페스티벌 주제인 ‘강릉연구(江陵連口)’를 4일 개막한다고 밝혔다. 연결할 ‘연(連)’과 입 ‘구(口)’를 쓰는 ‘연구’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연속된 문 처럼 이어지는 강릉의 공간과 풍경, 토착민과 이주민 앞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 시간을 잇는 서사와 예술가와 전문가의 연결을 뜻한다.

박경종 작가는 강릉 풍경을 5x5센치의 작은 화폭에 그려넣고 이를 예술바우길 곳곳에 설치했다.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인 ‘보물찾기’다. 파도에 닿는 시간, 자석 설치 모습, 2022 [사진=파마리서치문화재단]

오는 12월 4일까지 한 달간 이어지는 행사는 강릉시 중심부를 축으로 반경 10km내 도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열린다. 노암터널을 시작으로 서부시장, 고래책방, 대추무파인아트, 크리에이티브1230, 여행자플랫폼 강릉수월래, 강를얻는길안내센터 등 7개 공간이 대상이다. 재단측은 자가용은 물론 대중교통으로도 관람할 수 있도록 안내지도를 웹사이트에 공유하고,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좋은 구간도 따로 안내한다.

특히 서부시장에서는 서부시장 예집, CCC라운지, 상가번영회 교육관 등 전시장 외에도 젊은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공방이나 점방이 많다. 2020년 도시재생사업 이후 새롭게 변한 전통시장도 관람객입장에서는 독특한 경험이다. 예집에서는 홍이현숙의 영상 및 설치작업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다이닝퍼포먼스도 진행한다. 고유선 소셜셰프가 진행하며, 강릉 ‘명주할매밥상’을 활용한 메뉴를 구성했다. 가자미식해, 감자 디저트 등 가장 강릉다운 음식들이다. 시장을 걷다보면 박경종 작가의 원화를 습득할 수도 있다. 박경종 작가는 강릉 바닷가의 풍경과 이야기를 가로세로 5cm 화폭에 그려넣고 이를 애니메이션화 하는 동시에 원화는 예술바우길 곳곳에 자석으로 부착했다. 눈 밝은이가 먼저 가져가는 ‘보물찾기’다.

이외에도 국동완, 루시아 켐거스, 박가연, 박연후, 배철, 송밍앙, 수임, 이소요, 이창훈, 정순호, 조혜진, 하라다 유키 등 작가들이 참여했다. 장소특정적 전시와 설치 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협력프로젝트도 많다. 박소희 강릉국제페스티벌 감독은 “전시기획자, 현대미술작가, 바우길 개척자, 소셜셰프, 그래픽디자이너, 인권활동가, 도시인류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리서치와 답사를 시작으로 완성하는 일종의 탐험기와 같은 페스티벌”이라며 “익히 알고 있는 강릉에서 자연, 생태, 지리, 문화, 공동체, 역사등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어가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주최하는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은 연어를 활용해 조직재생물질을 개발, 이를 의료기기와 의약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제약회사 파마리서치의 문화재단으로 2018년 설립했다. 사회 공헌, 기부는 물론 국내외 전시 및 학술교류,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한 예술인 창작 지원, 지역주민 문화예술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박필현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이사장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치유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재생의학에 골몰해온 파마리서치와 재단의 설립 목적과 궤를 같이 한다” 며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강릉을 방문하는 이들과 시민들이 문화 예술의 가치와 잠재적 가능성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문화적 공감대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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