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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소패권 쥐려는 자, 그들이 뛰어든 암戰 [헤럴드 뷰]
11월 2일은 첫번째 ‘수소의 날’
암모니아, 수소 최적 운송수단
20세기 ‘하버-보슈법’ 대량생산
비료 이어 두번째 ‘인류 구하기’
사우디 아람코가 생산한 블루 암모니아를 선박에 싣고 있다. [아람코 제공]

2일은 정부가 지정한 ‘수소의 날’이다. 지난 8월 입법예고된 수소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 처음 맞게 된 이 날은 수소의 원자번호(1)와 화학식(H₂)을 고려해 11월 2일로 정해졌다. 수소에너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에서 제정됐다.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미래 에너지 시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수소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6면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수소를 에너지화할 수만 있다면 인류 전체가 고갈 걱정 없이 사실상 영구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면 탄소 배출 없이도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동이 자유로워야 경제성이 생기는데, 기체인 수소의 액화점은 영하 200도를 훨씬 밑돌아 이에 따른 고비용 구조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런 수소의 제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 과정에서 부상한 것이 암모니아다. 수소·질소로 구성된 암모니아(NH₃)의 액화온도(33도)는 수소보다 크게 높고, 동일 부피에서의 수소 저장밀도도 액화수소보다 우위에 있다. 이에 액화수소 형태보다는 암모니아로 수입한 뒤 이를 크래킹(Cracking·수소와 질소 분리)해 얻은 수소를 활용하는 구조를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추세다. 사업성에 발목이 잡혔던 수소에 암모니아가 발을 달아준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암모니아를 수소의 최적 운송 형태로 선정한 바 있다.

이에 각국 주요 에너지기업은 암모니아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로 변환하는 등의 기술이 향후 수소경제의 패권을 쥐게 할 중요한 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암모니아공장을 건설 중이고, 덴마크 풍력 터빈업체 베스타스는 5000t 이상의 암모니아 생산설비를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SK·롯데·포스코·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들도 암모니아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계에서도 암모니아에서 고순도·고효율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암모니아는 100여년 전에도 식량위기에 처해있던 인류의 구원 투수 역할을 담당했다. 근대 과학·의료 기술의 발달은 수명 연장의 시대를 열었고 19세기부터 세계 인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비해 식량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 잡지 못했다. 이게 바로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가 1789년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예측했던 ‘맬서스 트랩(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이다. 비료로 각광받던 암모니아는 매우 안정화된 분자구조 탓에 인위적인 합성이 어려웠는데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이른바 ‘하버-보슈법’으로 최적의 결합 조건(200기압·4~500도)을 발견, 이는 20세기 암모니아의 상업생산과 곡물의 대량 재배 시대를 열었다.

과거 암모니아가 식량절벽에서 인류를 구했다면, 기후위기에 봉착한 현재 수소 에너지의 핵심 가교 역할을 하며 다시 한번 인류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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