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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모니아 선점루트 뚫어라...글로벌 기업 ‘파트너’ 찾는중 [헤럴드 뷰]
탈탄소 시대 ‘청정 에너지원’ 부각
암모니아, 수소 운반·저장비 60% 절감
비료 사용 노하우로 인프라 잘갖춰
2050년까지 사용량 3배 급증 전망
삼성·SK·롯데·한화 앞다퉈 출격채비
그린 암모니아 수출입·유통 공조
학계, 고순도 분해기술 개발 등 집중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공장.
울산에 있는 롯데정밀화학 암모니아 탱크

탈탄소가 전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암모니아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기 어려운 만큼 학계와 업계에서는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를 운반하고 분해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 SK, 롯데, 한화 등 각 그룹들도 국내 암모니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100여년 동안 농업용 비료 등으로 역할을 다 해온 암모니아는 이제 수소 운반책으로서 새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되는 수소는 사실상 재생에너지 전력이 뒷받침돼야 ‘청정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이런 탓에 재생에너지 전력이 풍부한 지역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수소를 생산해 전세계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수소 자체 그대로 운반하기 까다롭다는 점이다. 수소는 기체 자체로는 부피도 크고 폭발 위험이 있다. 영하 253℃ 가량의 극 저온에서 액화된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소 생산비용은 ㎏당 2달러 이하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를 액화하고 운반 및 보관하는 과정에서 단가가 12달러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원유를 수입하는 것보다 4~5배 비싼 가격대다.

반면 암모니아는 수소로 운반 및 저장하는 것보다 60% 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영하 33℃ 가량에서 액화돼 운반 및 보관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액화암모니아가 액화수소보다 수소를 1.7배 더 저장할 수도 있다. 수소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암모니아를 다시 수소로 분해하더라도 ㎏당 생산 비용은 6달러 미만이다.

비료로 사용되던 역사가 있어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운반할 수 있는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암모니아는 현재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유통되는 화학물질로, 글로벌 120여 개의 항구에 암모니아 터미널이 구축되어 있는 등 낮은 비용으로 수송할 수 있는 시설이 잘 확충돼 있다.

암모니아는 2050년까지 수소 운반체뿐 아니라 연료, 발전원 등 새로운 쓰임으로 사용량이 약 3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25년 암모니아 생산량은 200MTA(연간생산메트릭톤)에서 2050년 700MTA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암모니아를 지배하는 곳이 수소경제 패권 쥘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덴마크·영국 등이 먼저 암모니아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덴마크 풍력 터빈 제조기업인 베스타스 등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연간 5000t 이상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설비를 건설해 2023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영국의 그린 암모니아 기술기업 에니우스 에너지가 스코틀랜드의 풍력발전 8.4㎿를 활용한 그린 암모니아 생산공장을 건설해 하루 11t의 그린 암모니아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호주 등도 그린암모니아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선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는 5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2025년부터 4G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으로부터 하루 650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재가공해 연간 120만t의 그린 암모니아를 공급할 계획이다. 호주 역시 100㎿ 이상의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2030년 하루 500㎏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해외 암모니아 수입 및 국내 유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상업 생산된 블루 암모니아를 연내 5만t 수입하기로 했다. 실제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건 세계 최초다.

고려아연과 한화임팩트, SK가스도 지난달 한국-호주 수소 컨소시엄을 출범하고, 2032년까지 연간 100만t 이상의 그린 암모니아를 호주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포스코홀딩스도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될 청정 수소 총 20만t 규모 중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사용할 그린수소 7000t을 제외하고 전량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들여오기 위한 사라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같이 해외에서 확보한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동시에 정제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99.99%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이신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 생산된 청정 암모니아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모델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대부분 국내 기업들도 이에 따른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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