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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PF 사태' 이후, 증권가의 두 얼굴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탐욕이 낳은 결과다, 레고랜드는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이번 채권시장 혼란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역대급 저금리로 호황을 누렸던 증권사가 이제는 가파른 금리인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이 더해지자 증권사는 앞다퉈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PF)에 돈을 빌려주고 채무 보증을 섰다. 짭짤한 수익도 올렸다. PF를 포함한 IB부문에서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의 합산 수수료 수익은 2018년 8236억원에서 2021년 1조6698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줄었고 채권 금리가 상승했다. 유동성에 가려졌던 부실 대출, 채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채무보증과 브릿지론이다. 채무보증은 만기 때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증권사들이 고스란히 차환 실패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권사 PF 대출 채무보증(신용보강) 규모는 2013년 말 5조9000억원에서 올해 6월 24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브릿지론은 중소형 증권사를 흔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증권사의 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하이투자증권 47% ▷BNK투자증권35% ▷현대차증권 31% ▷다올투자증권 31% ▷교보증권 29% ▷유진투자증권 26% 순으로 높았다.

브릿지론은 착공 이전에 이뤄진 대출로 시행사가 이를 통해 토지매입, 인허가 등을 해결하고 본 PF를 일으켜야만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본 PF로의 전환이 급감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편에선 탐욕으로 인한 후폭풍에 전전긍긍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탐욕 부추기기'가 나타하고 있다.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에서다. 한국거래소는 10월 초 채권형 상장지수채권(ETN)의 레버리지 한도를 ±3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0월 상장된 레버리지 ETN은 40개가 넘는다.

근거는 있다. 국내 투자자의 레버리지 ETP 수요는 계속돼왔다. 미국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너무 이를 것일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 상장 기업 주식 중 기관투자자 보유 비중은 19%로 미국의 72%보다 낮다. 기관을 통한 간접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관들의 위험관리에 주로 쓰여야 하다. 개인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 활성화되면 자칫 투기적 거래만 부추길 수 있다. 누가 주로 거래하든 수수료만 챙기려는 증권업계의 탐욕을 의심하는 이유다.

레버리지 ETP 거래 전 사전 교육과 기본 예탁금(1000만원)을 요구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동영상 강의를 보다보면 '투자자 보호'라는 대의는 부끄럽게 느껴진다. 탐욕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지금, '내실'과 '안정'이 더 절실해 보인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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