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지배력 확대
안정적 지배구조 만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8월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점검했다.[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지난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해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분 확보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시대’가 막이 오르면서 삼성그룹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너무 작은 지분율로 삼성을 지배한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으나, 국정농단 사건재판과 수감생활 등으로 모든 작업이 멈춘 상태였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18.13%)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9%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같은 지배구조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이 약함에 따라 경영권 안정을 위한 개편 작업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더 탄탄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구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 지배구조의 변수로 꼽힌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약 20조원 이상의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8.51%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고리로 한 지배구조가 끊어지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약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보험업법 취지에 맞춰 출자 구조 개편 로드맵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를 해소, 단순한 지배구조를 통한 투명한 경영체제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과거 삼성은 오너들이 소유한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간 복잡한 지분 관계를 갖고 있었다.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로 적은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였지만, 수차례 진행된 지분 거래로 복잡한 실타래가 하나씩 풀렸다.
2013년 말 삼성물산과 삼성전기가 삼성카드 지분 6.3%를 삼성생명에 매각하고, 6개월 뒤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 4.7%를 삼성전자에 넘겼다.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간 교차 소유하고 있던 지분 관계가 정리됐다.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의 지분 37.5%를 매입하며 삼성전자가 가진 그룹의 금융계열사 지분도 모두 없앴다.
이에 삼성이 금산분리 문제 해결과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경영 강화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miii0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