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에서 대책회의를 마친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경찰 인력 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과거와 비교할 때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후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긴급 현안 브리핑 때 배석한 이 장관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견된 상황에서 경찰과 소방 배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예년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은 이어 “사고 원인 발생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수습을 먼저하고 원인을 파악하려 한다”며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장관은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전날 서울 도심 집회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태원 현장에 배치된 경찰 인력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며 “어제 많은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쪽으로 배치돼 있었고, 지방에 있는 병력까지 동원계획이라든지, 유사시를 대비해 짜여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태원은 종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오후 1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 서명 국민대회’를 개최했으며 주최 측은 1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도 오후 2시 역시 광화문광장 근처에서 ‘공공기관 총력 결의대회’를 가졌으며 주최 측은 5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또 진보단체 ‘촛불전환행동’이 청계광장 부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실이 위치한 삼각지역까지 행진을 가졌는데, 주최 측은 집회와 행진에 6만~7만여명이 참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도 같은 날 삼각지역 인근에서 500명 참가 신고를 낸 맞불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시간대별 참가 규모를 집계하고는 있지만, 최근 진보·보수단체들 간 집회 규모를 둘러싼 신경전이 고조되는 바람에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 “말씀 취지와 앞뒤 맥락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며 “진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