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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무서워" 짐싸는 中부자들…120억주택 70억 헐값에 내놨다 [한희라의 동방불패]
16일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화면을 통해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상하이 화산샤두위안(華山夏都苑) 3599만위안(약 70억원)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지난달 호가인 6000만위안(약 117억원)보다 40% 저렴한 가격이니 연락 주세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에 성공하며 1인 독재체제를 굳혔다. 5년 후 4연임 가능성도 나온다.

그런데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중국 주요 도시에서 호화주택이 헐값에 나오고 있다. 한 채에 100억원이 넘는 집들이지만, 집주인들은 기존 가격보다 30~40% 싸게라도 처분해 달라고 한다. 시진핑 최측근으로 꾸려진 최고 지도부에 대한 비관론과 핵심 경제사상인 ‘공동부유’에 대한 불안감이 자산가들의 중국 엑소더스를 가속화 시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못 팔면 못 떠난다”…中 자산가들, 부동산·사업체 등 헐값 처분
상하이 초호화 주택으로 유명한 화산샤두위안 입구. 최근 이 주택이 40% 떨어진 가격으로 부동산시장에 나왔다.

상하이 부동산업계 관계자인 자오팅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고가 저택이 요즘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번 당대회를 본 부자들은 중국 지도부에 대한 환상이 아예 깨진 것 같다”면서 “대부분 시장가격보다 30~40% 싸게 매물로 내놓는다. 지금 안 팔면 이젠 끝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하이 상당수 자산가들은 이미 자산을 해외로 이전해 놨지만,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번 당대회를 전후로 자산 처분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고강도의 코로나 방역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도 이들의 중국 탈출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고급 아파트인 쓰지후이주덴아파트 내부. 왼쪽으로 상하이 랜드마크인 동방명주가 보인다.

실제로 한 부동산중개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을 보면 상하이 화산샤두위안 아파트가 3599위안에 올라와 있다. 지난달만 해도 6000만위안이 넘었던 집이다. 이 아파트는 홍콩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류자링(유가령) 부부도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호화주택인 상하이 진룽제룽위(金融街榮御) 아파트는 지난달 5500만위안(약 108억원)이었으나, 24일 3000위안(약 59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홍콩배우 량차오웨이 류자링 부부. 이들 부부도 소유해 유명한 상하이 고급아파트가 반값 매물로 나왔다. [웨이보]

상하이 뿐이 아니다 후베이(湖北)의 부동산업자인 저우닝에 따르면 우한, 베이징, 장쑤, 저장 등지의 부호들도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특히 대만 기업인들은 부동산 뿐 아니라 사업체도 팔아 치우고 있다. 저우닝은 “최근 지인이 호텔과 식당을 사들였는데, 전부 대만 사람이 판 것”이라면서 “대만과 중국 부호들이 판 자산은 대부분 국유기업이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과 중국의 초고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둔 데이비드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이번 당대회가 지난 수십 년간 중국 경제와 함께 번창했던 중국 기업가들에게 ‘티핑포인트(급변점)’가 됐다”면서 “시 주석이 연임을 확정한 뒤 여러 명의 중국 슈퍼리치들로부터 중국 탈출 계획을 진행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 플랫폼에 상하이 고급 주택가격이 대폭 하락했다며 매물이 올라와 있다.

싱가포르의 대형 로펌 덴턴로디크의 키아멍로 파트너변호사도 “지난 수개월 동안 가족들의 부를 관리할 패밀리 오피스를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방안을 문의하거나 지시하는 연락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재벌들은 홍콩도 불안해 한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화된 홍콩 대신 싱가포르를 대안 지역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내 패밀리 오피스 수는 2020년 말 400개에서 2021년 말 700개로 급증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習의 핵심 경제정책 '공동부유'…중국 부호들 “두렵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상무위)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새 최고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

이번 당대회 직후인 24일 공산당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공산당의 경제 전반에 대한 지도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근본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시 주석 집권 3기의 로드맵에 명문화한 ‘공동부유’를 향한 관련 정책이 구체화된다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과거 계획경제 시절처럼 모든 사회 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이용하고, 공동 배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다같이 잘 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기업에 대한 통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한 예로 지난 1년 동안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핀둬둬·메이퇀·샤오미 등 중국 6대 빅테크 기업은 2000억홍콩달러(약 30조원)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동부유’ 프로젝트 명목이었다.

시진핑 체제에 대한 자산가들의 불안감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당대회 폐막 직후인 24일 홍콩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폭락세를 겪었고, 같은 날 뉴욕·런던에서도 중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대폭락했다. 하루 만에 중국 부호들의 재산이 총 350억달러(약 50조 2000억 원)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4일 뉴욕 증시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주가가 폭락해 황정 창업자의 재산이 약 51억달러 줄었으며,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의 자산도 약 25억달러 사라졌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순자산은 10억달러 줄었다.

시장보다 정부 '시코노믹스' 탄력…시장주의자는 전멸
중국안방보험그룹. 우샤오후이 회장이 체포되며 안방보험은 청산 후 국유화 됐다.

이번 지도부를 보면 개혁·시장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자취를 감췄다. 205명의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명단에는 상대적 친시장주의자로 분류됐던 류허 부총리와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 인민은행 부총재 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의 이름이 빠졌다.

이에 지난 수십년간 중국이 표방했던 경제적 실용주의가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대신 ‘시진핑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이데올로기 강화와 서방과의 체제 경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시진핑 2기 집권기에도 민영 기업의 국유화가 부단히 추진돼왔다. 민영 금융사의 신화인 안방보험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덩샤오핑(등소평)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은 한때 중국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순식간에 부패사범으로 내몰렸다. 시 주석이 ‘훙얼다이(공산당 원로 혁명가 2세)’를 겨냥해 칼을 뽑아 들면서다. 안방보험은 청산 후 국유화 됐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후저우, 원저우, 지난 등 일부 지방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동산개발업자들의 미분양 주택을 국유기업이 사들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국유 기업이 사들인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시진핑과 측근 세력으로 채워진 최고지도부가 중국의 부유층과 민간기업에 대한 탄압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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