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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수가 버틴 경제...돈줄까지 막히면 성장동력 사라진다 [성장 멈춘 한국 경제]
경기후퇴 우려감 갈수록 확산
성장전망치 2.6% 달성은 무난하지만
금리·물가 등 영향 소비마저 둔화 우려
무역수지도 적자로…수출 약세 지속
10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감소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지던 수출증가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1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들이 놓여 있다. [연합]

우리 경제 3분기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이로써 4분기 사실상 성장이 멈춘다 해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2.6%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苦)’ 속에 잘 버텨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관건은 수출 약화로 성장을 밀어올린 동력이 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라는 데 있다.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라는 복병마저 맞은 우리 경제가 내수 버티기로 꾸준한 성장을 이룰지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은 -1.3%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가 이끈 성장, 고꾸라진 수출=3분기 경제성장률 선방의 주역은 ‘내수’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0%포인트로, 지난해 2분기(2.1%포인트)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가 0.9%포인트였고, 건설투자·설비투자가 각각 0.1%포인트·0.4%포인트를 기여했다. 순수출의 전기 대비 성장기여도는 -1.8%로, 전분기(-1.0%)보다도 악화됐다. 수출기여도(0.4%)가 수입기여도(2.2%)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던 수출이 무너지면서 내수가 얼마나 버틸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 고물가, 경기둔화 등으로 소비조차 꺾이면 성장동력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지금까지는 소비가 좋았지만 내년에는 소비가 둔화될 수 있다”며 “금리뿐만 아니라 경기 자체가 둔화되면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이미 성장을 끌어내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20일 우리나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이달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25년 만에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다.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338억4300만달러로, 이미 사상 최대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경제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4분기 0% 성장해도 연간 성장률(2.6%) 목표달성이 가능하지만 현재 0%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플러스 상황을 다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맥경화, 내수 기대 어렵다=3분기 성장의 내용을 보면, 다음 분기에도 내수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5.0%나 급증한 설비투자는 선박 등 운송장비 수출 호조에 관련 투자가 늘고, 상반기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공급 차질에 이연됐던 부분이 3분기 때 반영됐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이 같은 기업 투자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은이 전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결과,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BSI(실적)는 76으로, 2021년 2월(76) 이후 1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소비도 낙관이 어렵다. 황상필 경제통계국장은 “카드이용액 등을 살펴보면 증가폭은 약간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에 민간소비의 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라든가, 물가 향방 등의 요인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원화 약세, 유가 급등 등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1.3% 줄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일뿐더러 코로나19 대유행이 강타한 2020년 2분기(-1.9%)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년 동기비로는 1.9% 감소,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분기(-2.5%) 이후 가장 악화됐다.

▶내년 한국 경제 1%대 성장 기록하나=내년 성장 전망은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종전 2.1%에서 2.0%로 낮춘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측했다.

씨티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를 기준으로 최악의 경우 -1.3%, 글로벌 경기 안정 시 1.8%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9%로 내다보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경기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도 내년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2.1%)를 밑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연진·박자연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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