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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칩을 돈으로 환전...다시 활개치는 ‘도박 홀덤펍’
독버섯처럼 퍼지는 사행성 영업장
술집 바서 카드 게임하는 공간
‘링 게임’ 획득 칩 개수만큼 환전
건전문화가 사행성 영업장 변모
도박상담 작년 1만4740명...37%↑
“사행성 홀덤펍, 업계전체 악영향”
영업장 비밀리 운영 적발 쉽지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4월까지 영업이 중지됐던 ‘홀덤펍’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건전 문화로 즐겨야할 업계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현금을 주고받는 사행성 영업장으로 변모해서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돈을 잃는 피해자가 속출해 홀덤펍을 찾는 고객도 점차 줄어들면서 업계 전체의 악영향으로 돌아온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장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내부에서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단속도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홀덤펍은 카드 게임의 종류인 ‘홀덤’을 할 수 있는 술집이다. 내부에는 술집처럼 바가 설치돼 있고 한켠에는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홀덤펍 가운데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만큼 돈으로 환전하는 업장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홀덤펍에선 원칙적으로 이런 환전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단지 이용객들은 일정 금액을 내고 입장료 성격의 참여권을 얻어 게임에 참여한다. 게임을 통해 참여자가 다른 대회의 시드권(토너먼트 진출권)을 따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 과정에서의 거래 방식이다. 소위 ‘링 게임’에선 참여자가 획득한 칩 개수만큼 이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이렇게 사행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홀덤펍은 이런 현금 환급성을 내세워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링 게임은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포커게임으로, 참여자가 칩과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게임 방식은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행행위규제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인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하는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이 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에선 사행으로 이뤄지는 홀덤펍을 단속한 집계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관계자는 “홀덤펍 자체가 불법은 아니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사행행위가 불법이기에 불법 감시센터에서 이와 관련한 통계를 집계한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홀덤펍 업계 출신 관계자와 단도박 관련단체들에 따르면 홀덤 영업장 중 많게는 80~90%가 현금을 오가는 불법 영업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홀덤펍 관계자는 “많이 딸수록 많이 가져가는 형태”라며 “가령 칩 5만개를 따면 그만큼 현찰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우려돼왔던 홀덤펍 내 사행 행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달 18일 강서구 마곡동에서 도박장을 운영해온 50대 남성 A씨를 포함해 도박 개장에 가담한 6명에게 도박장소개설·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도박 전력이 있고 고액의 판돈을 건 도박 참여자 3명도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중에는 불법 도박을 위해 입출금한 판돈이 13억3000만원에 달하는 이도 있다.

불법 사행장이 점차 기승을 부리는 탓에 상담을 신청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올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서 발표한 ‘2021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불법 사행행위, 주식 및 기타 등으로 인한 도박 당사자 상담은 지난해 1만4740명으로 전년 대비 4008명(37.3%) 증가했다.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자조모임을 진행하는 한국단도박모임 관계자는 “홀덤에 빠져서 중독에 이른 뒤 모임에 나오고 사람들도 점차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홀덤펍도 도박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 만큼 돈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게임에서) 돈을 잃은 참여자들이 이를 메꾸려는 심리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 환급을 하는 불법 업체가 동종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문제다. 돈을 딸 수 있다는 매력에 고객들이 사행으로 운영되는 홀덤펍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지만, 거액의 돈을 잃고 나서 홀덤펍이라는 문화 자체에 흥미를 잃어 발길을 끊는 경우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까지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홀덤펍을 운영해왔던 김태우 한국마인드스포츠연합협회 회장은 “게임에서 취득한 칩을 돈으로 환전하는 영업장의 경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영업자와 이용자가 암묵적으로 게임을 진행한다”며 “이런 경우 영업장에 있던 손님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상 단속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을 따는 사람이 있다면 잃는 사람도 있는 구조이기에 한 달에 돈 200만~300만원을 잃는 월급쟁이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 홀덤펍에 발길을 끊게 되는데, 사행으로 운영되는 홀덤펍부터 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홀덤펍까지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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