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삼성·SK·LG도 놀랐다...기업들 ‘돈가뭄’ 해법찾기 골몰 [채권시장發 돈맥경화]
3高에 비상대책 카드 만지작
금리인상에 회사채시장 냉각 우려
내년 제조업·서비스업 성장률 둔화
잇단 비상경영회의 자금확보 논의
기업들 다양한 시나리오 수립 분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기업들이 밀집된 모습. [헤럴드경제DB]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에 국내 기업들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고물가에 따른 수요 부족 심화,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주요 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에 맞서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줄줄이 비상경영 회의를 열고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회사채와 대출 관련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시장 악화로 외부 자금 통로가 얼어붙으면서 당장 ‘돈맥경화’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요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악화와 내수 위기까지 관측되면서, 내년을 어떻게 대비할지 기업들이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현금 등 자금 확보 시기와 조달 방식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전자 업체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내구재 수요 감소 추세 속에서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서 소비심리 위축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각각 계열사 사장단 회의, 최고경영진 워크숍을 열고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19~21일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에서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 30여명의 주요 경영진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을 챙기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각 사별로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LG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지난달 29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구 대표와 사장단이 오프라인에서 한자리에 모인 건 2019년 12월 사장단협의회 이후 약 3년 만이다. 구 대표는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SDI·전기·SDS·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사장단과 생명·증권·카드 등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은 전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인재개발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한화, 현대중공업 등은 일찌감치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위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위기감에 투자를 보류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애초 수립한 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백지화하는 대기업도 늘었다. SK하이닉스는 고심 끝에 4조3000억원 규모 청주공장 증설계획을 보류했다. 국내 대표 정유사 중 한 곳인 현대오일뱅크의 지주사 HD현대는 지난달 27일 3600억원 규모의 신규 원유정제시설 투자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석유화학 기업 한화솔루션도 지난달 초 투자비 급증을 이유로 1600억원을 들여 질산 유도품(DNT) 생산 공장을 세우겠다던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회사채 시장의 냉각을 우려하는 지적도 쏟아진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2022년 3분기 공모회사채 수요예측 실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2018년부터 4년 연속 300%대를 지속했던 경쟁률은 196%로 떨어졌다.

19일 기준 신용 스프레드는 125bp(1bp=0.01%포인트)로 벌어졌다. 2009년 8월 13일(129bp) 이후 13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 스프레드는 3년물 회사채(AA-)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로, 수치가 커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빅3 통신사로 한번도 회사채 발행 시 미매각이 없던 LG유플러스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발맞춘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역시 부담이다. 지난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주요 제조기업 대상 자금사정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절반은 기준금리가 2.5%에서 0.25%포인트만 올라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3고 영향으로 한계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가장 큰 문제가 환율문제”라며 “엔화 환율이 매우 높아진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면서 아시아 지역의 기업 등 위기감이 높아지는 데다, 금리가 올라가 채권이 팔리지 않아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상당한 부채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해서 기업이 부도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